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려고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지자들이 결백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한 전 총리를 뒤따르고 있다. 맨 왼쪽은 이해찬 전 총리.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첫 공판서 혐의 전면부인
“정세균대표 보좌관에 돈”
곽영욱, 검찰조사서 진술
“정세균대표 보좌관에 돈”
곽영욱, 검찰조사서 진술
곽영욱(69·구속 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한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기소된 한명숙(66) 전 총리는 8일 첫 공판에서 “부당하고 악의적인 날조”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표적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서, 다음달 9일 선고를 앞두고 양쪽의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씌운 5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는 부당하고 악의적인 날조로, 살아온 모든 인생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 전 총리는 “총리 공관에서 벌어진 오찬 자리에서, 비서관과 경호관들이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한 전 총리를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권오성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왔다. 권 부장검사는 ‘표적수사’ 주장에 대해 “이번 수사는 표적수사가 아니라 공기업 사장의 임명과 관련된 뇌물수수 사건이며, (검찰과) 곽 전 사장과의 빅딜설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받아) 해외여행 경비나 아들의 어학연수비로 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곽 전 사장이 정세균(60) 민주당 대표(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보좌관 ㄱ씨에게도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사실이 공개됐다. 한 전 총리 쪽의 백승헌 변호사는 “곽 전 사장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데, 왜 한 전 총리만 기소됐는지 알아야겠다”며 ㄱ씨에 대한 내사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개되면 관련 수사에 장애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한테 5만달러를 건넨 시점(2006년 12월)으로부터 1년6개월여 뒤에 ㄱ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