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5대 기업진단 장애인 고용률
일하려 장애등급 낮추고
10년 넘게 거리 쓸었는데
수원시 사업대상서 빠져
10년 넘게 거리 쓸었는데
수원시 사업대상서 빠져
뇌병변 장애인 이준민(44·경기 수원시 팔달구)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오는 19일이면 10년 넘게 해온 공공근로를 그만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네 거리 청소와 불법 광고물 떼기, 주민센터 청소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시가 9일까지 신청을 받는 공공근로 사업에서 청소 등 단순 업무를 빼면서 이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60만~80만원의 적은 월급을 받는 불안정한 일자리이긴 하지만, 그가 1급 장애인인 아내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생명줄’이다. 이 일자리를 위해 이씨는 2008년 2급이던 장애등급을 3급으로 낮추기도 했다. 중증 장애일수록 혜택이 더 많은데도 오히려 등급을 낮춘 것은 순전히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경기도는 “중증장애인(1·2급)의 경우 공공근로를 하다 사고가 날 위험이 있으니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는 “그나마 공공근로 때문에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라며 “장애가 있지만 일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문턱은 높기만 하고
희망근로도 벅찬 작업뿐
“중증아내와 어찌 살라고” 이씨도 20대까지는 민간기업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으나 헛된 꿈이었다. 전자기능사 2급 자격증까지 있는 그는 그동안 입사원서를 들고 수백 차례 기업체를 돌아다녔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실제 기업이 상시노동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1990년부터 시행되고 있음에도, 2008년 기준으로 정부 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은 1.76%, 민간기업은 1.70%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 실업률은 10.6%로 전체 실업률(3.2%)의 3배가 넘는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희망근로도 이씨에게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신청 대상자에서 중증장애인을 제외시켰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다시 포함시켰으나, 정작 사업 내용을 보면 집 수리·공공시설 개보수 등 장애인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씨는 “정부가 하는 일자리 사업조차 장애인을 배제하면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씨가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센터 관계자는 “무척 성실한 분인데, 시에서 청소 업무를 빼라고 하니 우리도 어쩔 수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에서 여러 차례 ‘희망근로와 공공근로가 돈만 쓰고 단순 업무에 치중한다’고 비판해, 지금은 청소의 ‘청’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생산성이 높은 업무 위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수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편의를 제공하는 등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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