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락 펜파(Kharang Penpa·31)
한국서 티베트어 노래 부르는 난민 2세 카락 펜파
지난 6일 오후 서울 명동의 티베트 음식점 ‘포탈라’에서 티베트인 카락 펜파(Kharang Penpa·31·사진)의 노래 공연이 열렸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자신이 살던 인도의 티베트의 아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공연을 열어왔다. 그가 이날 모두 7곡의 티베트 노래를 불렀다. ‘유목민, 나의 나라 보고 싶다’같은 민요부터 티베트 평화를 바라며 그가 직접 작곡한 ‘평화’까지 노래가 이어졌다. 다만, ‘보모디’(아가씨)라는 곡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우리말로 불렀다. 낮선 언어의 노래였으나 저녁을 먹던 20여명의 손님들은 자연스레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한예종 장학생으로 한국 와
매주 난민 어린이 후원공연 한국에 있는 유일한 티베트 가수인 펜파는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아시아 예술인재 양성 프로그램’(AMA) 장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전까지 인도 라다크에 살며 티베트 학교인 ‘티베트 어린이 마을’(TCV)에서 전통음악·춤·노래를 가르쳤다. 음악 교사를 하면서 음반도 4개나 냈다. 그는 “지난 학기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야금처럼 한국과 티베트 전통악기가 비슷한 게 많아 국악도 좋아하게 됐다”며 “졸업 뒤에도 한국에 살며 티베트와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펜파는 ‘무국적자’다. 그는 언제나 국적란에 ‘티베트’라고 쓰지만, 현재 누구도 티베트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티베트의 독립을 노래하면서도 정작 티베트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티베트 난민 2세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알려준 티베트를 그리워하며, 그는 오늘도 티베트의 자유를 노래한다. “한국에서 티베트어로 된 노래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니까,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티베트를 알리고 싶어요.” 기숙사에 살고 있는 펜파는 이번 학기 3명의 중국인을 새 룸메이트로 맞았다. 티베트 국기,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늘 벽에 붙여놓고 사는 까닭에, 다른 티베트 친구는 중국인들과 충돌을 걱정해줬다. 방을 바꾸라는 권유에도 펜파는 괜찮다고 했다. “중국 안에서도 티베트인이 탄압받는데 외국까지 와서 먼저 도망갈 순 없잖아요. 그 친구들이 중국에 돌아가면 티베트인들에 대해 조금은 우호적일지 혹시 모르잖아요.” 1950년 중국군은 티베트를 공격한 데 이어 이듬해부터 직접 지배하기 시작했다. 59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봉기했지만 무력으로 진압됐다. 같은해 3월28일 중국은 티베트 정부 해체를 발표했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로 이동해 망명정부를 세웠다. 티베트 안팎에서 티베트인들은 59년 3월10일을 ‘티베트 민중봉기의 날’로 지정해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0일 중국대사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하고, 13일부터 이틀 동안 ‘제1회 티베트 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펜파 역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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