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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안하다, 널 지켜주지 못해서…

등록 2010-03-09 20:53

실종된 지 1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의 유족들이 9일 오전 영결식이 열린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실종된 지 1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의 유족들이 9일 오전 영결식이 열린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영결식
다니던 학교 들러 작별
가족·친구 비통한 눈물




9일 오전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 실종된 지 11일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13살 소녀 이아무개양의 장례식이 부슬비와 눈물 속에서 열렸다.

가족과 친지, 교회 신도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장례식에서 어머니 홍아무개(38)씨는 울부짖고 쓰러지는 등 시종 고통을 주체하지 못했다. 홍씨는 이양의 관이 장례식장 통로로 나올 땐 관을 쓰다듬으며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고, 관이 영구차에 실리는 순간엔 관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버지 이아무개(40)씨도 붉어진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서성댔다. 이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고 밝게 자랐는데, 아비 구실을 못해서 이런 일을 당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발인예배를 집전한 박정규 목사는 “꽃다운 나이에 피지도 못하고 꺾인 이양이 눈물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안식했으면 좋겠다”며 “그의 순백한 영혼이 나태한 어른들을 반성시키고 깨우치는 밀알이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양의 오빠(15)가 영정을 들고 앞장선 운구행렬은 장례식장을 나선 뒤 이양의 모교인 사상초등학교로 이동했고, 교정을 한바퀴 도는 동안 선생님과 친구들은 눈물로 이양을 배웅했다. 송규복 사상초등학교 교장은 “빨리 범인이 잡혀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양의 주검은 금정구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기장군 철마면의 실로암 공원묘지 안 납골당에 안치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이양의 납치·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길태(33)씨를 붙잡기 위해 수사본부장을 사상경찰서장(총경)에서 부산경찰청 차장(경무관)으로 격상하고 수사본부의 38개 형사팀(228명)을 48개팀(288명)으로 늘렸다. 또 이날 오후 김씨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상구 덕포동 일대에 15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그물망’ 수색을 벌였다.

이와 함께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해 지방청 과장과 경찰서장·지구대장 등 각급 지휘관들도 김씨를 붙잡을 때까지 퇴근하지 않고 24시간 근무하기로 했다. 또 지방청과 경찰서 소속 형사들을 대거 동원해 수사본부를 보강하고 수색을 강화하는 등 갑호 비상에 준하는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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