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검찰 적극 나서…이달중 법개정 방침
검찰 “형벌 아닌 보안처분…법적 문제 없다”
법조계 일부 “형벌불소급 원칙 어긋나 위헌”
검찰 “형벌 아닌 보안처분…법적 문제 없다”
법조계 일부 “형벌불소급 원칙 어긋나 위헌”
상습 성범죄자나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출소 뒤 최장 10년까지 부착할 수 있는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를 2008년 9월1일 법 시행 전에 기소된 사람들에게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정치권과 검찰에서 추진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13살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피의자 김길태(33)씨가 두 차례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도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비판 때문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신속히 열어 아동 성폭력범죄에 관련된 법안들을 빨리 심의해 통과시키고,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신속히 열어 전자발찌법의 소급 적용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0일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한 뒤 3월 중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3월 국회에서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이날 전국 18개 검찰청의 성폭력·아동전담 검사들을 화상으로 연결한 회의에서 전자발찌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병철 대검 형사부장은 “전자발찌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런 의견을 정리해 법무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은 현재 수감돼 있는 성범죄자들을 추가적인 전자발찌 부착 대상으로 할지, 형기를 마친 이들도 포함할지 등을 검토중이다. 지금은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시행(2008년 9월1일) 이후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검사가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해 법원의 선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은 모두 574명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의 재범자이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피고인에게는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하는 등 아동 성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선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에 없던 법률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자발찌 제도가 과거의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형벌이 아니라 예방이 주목적인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일반적인 보안처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은 형벌, 참정권, 재산권 세 가지에 대해서는 소급입법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자발찌 부착이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라 해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소급입법은 하지 못한다는 게 헌법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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