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교육단체 ‘학교 자율화 정책’ 질타
금품상납-업체유착 등 비리실태 공개
교장자격증 소지자 국한 ‘공모제’ 비판도
금품상납-업체유착 등 비리실태 공개
교장자격증 소지자 국한 ‘공모제’ 비판도
정부가 교육 비리를 줄이기 위해 시·도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학교 자율화’라는 명분 아래 교장의 자율권을 강화한 것이 오히려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 등 36개 시민단체들은 10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교육 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단위 학교도 학교장을 중심으로 교육청 만큼이나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학교장의 자율권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는 학교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참학)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상담 사례 등을 토대로,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교사 및 학부모에 대한 금품 상납 요구 △기간제 교원 등의 인사 채용 비리 △학교 시설 공사 비리 △학교 교육활동(야영·체험학습 등)과 관련한 업체와의 유착 비리 등 학교장 관련 비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지난해 12월30일에는 “학교장이 보건·특수·사서 교사 등 임시직 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요구했다”는 신고가 전교조에 접수됐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 교장이 연구교사 7명에게서 돈을 걷어 교육청 장학사한테 상납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참학 상담실에는 지난 1월 지방에 있는 한 특수목적고 입학 예정자의 학부모가 “스승의 날 선물비, 학교 홍보 및 입시설명회 비용, 학부모 간담회 비용 등으로 70만원을 내라는 요구를 학부모회 총무한테서 받았다”고 신고했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장·교감이 되는 데 들인 비용을 만회하려고 하다 보니 학교장을 중심으로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비리를 줄이려면 교육감의 권한을 분산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마음대로 키워 놓은 학교장의 권한부터 분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가 승진 관련 비리 대책으로 교장공모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현재의 교장공모제가 교장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주는 테두리 안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장천감오’(교장 되려면 1000만원, 교감 되려면 500만원을 써야 한다는 뜻)라는 말이 있듯이 승진 비리는 결국 교장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인데, 교과부는 교장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교장 공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교장공모제는 아무리 확대해 봐야 교육 비리를 잡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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