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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부산 여중생 언론보도 정상인가?

등록 2010-03-11 15:11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용의자인 김길태(원래 용의자이면 이름을 쓰지 않는 게 맞지만 경찰이 이미 공개수배한 상태이므로 그대로 이름을 씀)씨의 검거 기사를 보면서, 과연 이렇게 보도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진 김씨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각종 보도와 경찰의 설명을 보면, 1)피해 여중생이 살해된 다세대주택의 세면장과 다락방에 있는 족적과 이 집에서 5미터 떨어진 빈집에서 발견된 족적이 일치하는 점 2)빈집에 있던 라면 봉지와 화장실 변기 등에서 채취한 지문을 감식한 결과 김씨의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 정도로는 김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족적이 바로 인접한 곳에서 나왔다는 것은 주요한 단서이지만, 라면 봉지 등에서 김씨의 지문이 발견됐다고 해서 족적의 주인이 곧 김씨라고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라면 등에서 발견된 지문과 족적의 관계를 규명할 절차가 필요하다. 이것이 규명되어도 족적의 주인이 범인인가 하는 점은 남는다.

또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증거가 살해된 피해자에서 발견됐다는 김씨의 유전자와 같은 디엔에이이다. 어떤 유전자 검사를 했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족적과 라면봉지 등의 지문보다는 증거력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디엔에이 검사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 예로, 일본에선 경찰이 한 살인 용의자를 디엔에이 검사로 살인범으로 단정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유죄판결을 내렸으나 뒤늦게 진범이 잡히면서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발칵 뒤집히고 반성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경찰의 발표를 받아 범인으로 단정해 대서특필했던 몇몇 신문들도 반성하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여기에 강호순 사건 등 다른 강력사건과 다른 점은 김씨가 범행을 아직까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자기가 도망다닌 것은 다른 범행 때문이며, "라면을 끓여 먹으러 몇 군데 빈집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씨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정황은 많다. 주민들의 증언과 전력, 경찰이 내놓고 있는 정황 등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사실을 가지고 황색지를 표방하고 있지 않는 주요 언론들이 마치 범인으로 단정해 마구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 것은 오버이다.

적어도 아직 이 점에선 선정보도이거나 성난 여론에 편승한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이름뿐 아니라 얼굴을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드러낸 채 "더이상 가려주지 않는다"거나 "성폭력범은 숨을 곳이 없다"고 보도하는 것은 상업주의일 뿐이다.

이번과 같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잡아서 단죄를 해 마땅하다. 하지만 범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열사람의 도둑은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도둑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언론이 경찰의 말만 믿고 호들갑을 떨다가 김씨가 진범이 맞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어떡할 것인가. 경찰이 하도 자신있게 얘기해서 받아썼다고 하면 변명하면 통할까? 혹시 이런 것을 믿고 `아니면 말고'라는 자세로 보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사건보도에서 언론이 할일은 사건에 흥분하기보다 사건의 내용을 전달하고, 원인과 배경을 진단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것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언론보도는 명백한 오버이고 여론에 편승한 사건 상업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면 보다 많은 사람이 이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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