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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간쫓겨 안전검증 ‘날림’…4대강 홍수기 피해 우려

등록 2010-03-11 20:56수정 2010-03-12 03:36

지난 3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한림수리모형실험연구소에서 직원들이 낙동강에 건설될 합천보와 주변지역을 60분의 1 크기 모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녕/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3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한림수리모형실험연구소에서 직원들이 낙동강에 건설될 합천보와 주변지역을 60분의 1 크기 모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녕/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리모형실험 시늉만
합천보 한달·이포보 등은 두달만에 ‘뚝딱’
보만 실험하면서 결과 관계없이 공사진행
홍수예보시스템 정상가동 여부도 불분명
낙동강·한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에서 진행되는 공사가 수리모형실험 등 안전검증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어 홍수기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엘니뇨 현상에 의한 폭우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안전성 논란도 예상된다.

■ 날림 실험, 부실 설계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9월말 보도자료를 내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치수 안전성을 보다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 보 구조물 구간(16곳)과 주요 지천 합류부 9곳에 대해 수리모형 실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대강 공사가 속도전에 쫓기면서 수리모형실험은 ‘날림 실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리모형 실험 결과와 관계없이 일부 공사구간에선 이미 보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합천보는 한달, 이포보·여주보·강천보, 낙단보는 두달 정도에 실험을 끝낼 예정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경남 창녕의 수리모형실험 현장을 가보니 실험 대상인 하도, 보, 지류 접합부 중에서 보 실험만 진행중이던데, 모형실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며 “수리모형 실험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보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실험실 관계자는 “24시간 실험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수리모형실험을 했다는 근거를 남기려는 목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고 반박한다.

서일원 서울대 교수(환경수리학)는 “물 흐름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현상 등은 이론만으로는 100% 해결할 수 없다”며 “수리모형실험은 홍수 등에 안전한지, 집중호우 때 수문은 어떤 것을 먼저 열지 등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4대강의 준설과 보 공사로 강바닥과 물 흐름이 크게 바뀌게 되면 홍수 예보시스템 자체가 먹통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낙동강은 준설, 보 설치 등으로 강의 원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련영상] 사대강 늬~우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으로 변하는 하천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홍수예보 모형을 바꾸는 작업을 오는 5월 말까지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우기철을 불과 한달 앞두고 서둘러 새 홍수예보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강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집중호우 때 홍수 예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홍수 위험을 피하기 위해 6~9월은 지역 상황에 따라 공사를 중지하도록 했다. 가물막이도 16곳의 보 가운데 13곳은 홍수 위험이 있는 우기 때는 철거한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낙동강의 경우 7~8월만 공사를 중지하고 9월에는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기에 쫓기기 때문이다.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 기간이 빠듯한 함안보와 합천보, 강정보는 가물막이를 부분 철거할 정도로 공기에 쫓긴다.

낙동강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이상 기온으로 예측이 안되는 것이 많다. 제일 겁나는 것이 집중호우다. 9월초에는 태풍이 오기도 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98년 7월말 전남 순천에 시간당 145mm, 2002년 8월말에는 강원도 강릉에 하루 870.5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집중호우의 빈도·양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엘니뇨 모도키(태평양 중위도가 더워지는 현상)로 태평양의 따뜻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강수량이 평년 대비 2배를 넘었다. 기상청은 올여름에도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엘니뇨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4대강 보(댐)와 군남홍수조절지(댐) 추진현황 비교
4대강 보(댐)와 군남홍수조절지(댐) 추진현황 비교

■ 속도전이 문제 전문가들은 홍수·침수 등 재앙 우려의 근원을 속도전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안에 어떻게든 4대강 공사를 끝내려는 욕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안전성 검증도 없이 4대강 사업을 짧은 시간에 하면 많은 후유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가 얼마나 속도전인지는 현재 공사 중인 임진강의 군남홍수조절지(경기 연천군)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군남 홍수조절지는 저수량이 7160만t에 불과하다. 함안보(1억1000만t), 강정보(1억t)보다 적고 합천보(5400만t)보다 조금 많다. 이 군남홍수조절지는 기본·실시설계에만 2년 5개월이 걸렸다. 수리모형실험도 공사 전에 끝냈다. 공사 기간은 3년 8개월이다. 반면 4대강 사업은 기본·실시설계 7개월, 공사 기간은 2년 2개월이다.

부실설계의 위험성은 한탄강 상류에 건설했다가 2000년에 철거한 연천댐이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때 건설한 연천댐은 부실설계 등으로 1996년과 99년 두차례나 무너져 하류 지역에 큰 물난리를 일으켰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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