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자 몸에서 나온 DNA와 일치 확인
“중형 면하려는 의도…결국 혐의 인정할 것”
“중형 면하려는 의도…결국 혐의 인정할 것”
경찰이 여중생 이아무개(13)양의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씨에 대해 강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경찰은 김씨의 몸에서 채취한 유전자(DNA)와 이양의 몸에서 채취한 체액의 유전자가 일치하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경찰은 10일 밤 김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강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저녁 7시7분에서 9시 사이 덕포1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침입해 혼자 있던 이양을 납치한 뒤 50여m 떨어진 빈집에서 성폭행·살해하고 주검을 부근 집의 물탱크에 버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성폭력특별법상 강간살인죄의 형량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다.
이에 앞서 김영식 수사본부장(부산경찰청 차장)은 이날 오전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김씨를 검거할 때 구강 상피세포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긴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한 증거물의 디엔에이와 일치함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본부장은 “김길태씨가 ‘지난 2월 초 피해자의 다가구 주택에 있는 다른 빈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대변을 본 일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들켜 다시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김씨는 10일 오후의 경찰조사 과정에서 도주경로와 도피생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입을 열었으나 이양의 납치·살해 혐의에 대해선 시종일관 “잘 모르겠다”, “법대로 하라”고만 말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본부장은 특히 “김씨는 이양을 수배전단에서 처음 봤고, 이양이 실종된 2월24일의 행적에 대해서는 밤새 덕포동과 삼락동 일대를 다니다 당산나무 아래에서 졸았고, 공중전화로 친구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이유와 관련해 경찰은 “김씨가 지난번 두 차례의 성폭력 범죄 때도 혐의를 부인했다”며 “심리학자들 말대로 김씨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심리적 공황상태를 갖고 있는데다 중형을 면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1997년 7월 9살 여자아이에 대한 성폭행 미수와 2001년 4월 30대 여성에 대한 납치·성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혔을 때도, 초기에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들 사건으로 법원에서 각각 3년과 8년의 징역형을 받아 복역했다.
여죄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김씨에게서 압수한 소지품 17점 가운데 현금 24만여원과 드라이버, 여아용 분홍색 장갑 등이 나왔고, 김씨가 붙잡힌 장소 부근 미용실에서 현금 27만원을 도난당했다는 제보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다른 범죄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경찰은 11일 김길태가 경찰에 붙잡힐 때 갖고 있던 17점의 물품(현금 24만2천500원, 십자형 드라이버, 면장갑, 비닐장갑, 털장잡, 면도기, 손목시계 등)을 공개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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