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야 할 의문점들
공개수사 뒤에 죽였다면 경찰 부담…추가 범죄 가능성
공개수사 뒤에 죽였다면 경찰 부담…추가 범죄 가능성
경찰이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씨를 붙잡아 조사를 시작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1년 열흘이나 가두고 성폭행했던 피해자를 풀어준 적이 있는 김씨가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이양을 살해하고 주검에 석회가루까지 뿌려 물탱크에 버렸는지가 의문점이다. 더욱이 김씨는 이번 사건 전후로 숨진 이양의 집 근처를 여러 차례 들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씨가 이양을 성폭행한 사실은 유전자 검사에서 확인됐지만, 김씨가 이양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성폭행하고 살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없다. 김씨의 자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양이 숨진 시점은 경찰의 공개수사 전환 시점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경찰의 공개수사 뒤나 피의자 신원·얼굴 공개 뒤에 이양이 숨진 것으로 나타난다면 경찰의 판단이 성급했고 무리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부산대 법의학연구소에 피해자 눈의 안방수를 이용한 사망시간 추정을 맡겼는데 안방수가 오염돼 검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안방수는 눈의 각막 뒤와 홍채 사이의 공간이나 홍채 뒤와 수정체 사이에 들어 있는 액체를 말한다. 또 “노끈에 묶인 부분의 생체 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서도 이양의 사망 시점을 추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김씨의 자백이 없으면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보름 동안이나 사상구의 한정된 지역에서 촘촘한 경찰의 포위망을 어떻게 피해 숨어다녔는지, 또다른 범행을 저지렀는지도 추가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김씨가 이양 실종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이후 부모의 집에 들른 적이 없었고 그의 부모도 아들에게 돈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볼 때 갖고 있던 현금은 훔쳤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7일 김씨가 붙잡혔던 장소 부근의 미용실 주인이 ‘27만원이 든 지갑이 없어졌다’며 도난신고를 한 데 대해 ‘내부자 소행인 것 같다’며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가 미용실 주인 남편과 친분이 있었고, 김씨가 어린 시절에 살던 집이 근처에 있는데도 이번 절도 신고를 무시한 일은 경찰 수사 과정의 실수로 여겨진다. 특히 김씨의 추가 범죄가 절도 정도가 아니라 또다른 성폭력 범죄로 확인된다면 경찰이 져야 할 책임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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