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추모행사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구속
검거 사흘째…범행부인
살인 구체적 증거 못찾아
검거 사흘째…범행부인
살인 구체적 증거 못찾아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13)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씨는 검거 사흘째인 12일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서도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가까운 친구와의 면담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등 심경의 일부 변화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오후 부산지법 형사4단독 한경근 판사가 주재한 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의 질문에 “할 말 없다”, “당시 술에 취해 있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피의 사실을 전면 부인해 실질심사는 10분 만에 끝났다. 실질심사에 앞서 30분가량 김씨를 면담한 국선 변호인은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가 이양 사건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나, 지난 7일 새벽 사상구 삼락동의 미용실에서 현금 27만원을 훔친 사실은 자백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김씨가 피해자 이양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 그동안 수집한 증거를 제시했으나, ‘이번 사건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술을 마시고 피해자의 뺨을 한대 때린 사실이 있다’고 말했으나 ‘옥상으로 끌고 가거나 성폭행한 일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서장은 “숨진 이양의 몸에서 김길태와 같은 유전자(DNA)가 나오는 등 성폭행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증거가 있지만, 아직까지 살인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김씨가 알아채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성폭행에 대한 보강 증거를 확보하고 김씨의 자백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양의 주검이 버려진 물탱크와 벽돌, 타일 등을 정밀 감식했으나 김씨의 지문 등 구체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조사에서 프로파일러가 동석한 가운데 김씨가 스스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말한 강아무개씨를 10여분 동안 면담하도록 했다. 강씨를 본 김씨는 검거된 뒤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으나, 강씨에게도 “나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아직 김씨에게 심경 변화는 없지만, 11일 면담에서는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인식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정남규나 강호순 등 과거 강력사건 피의자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씨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극형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있고, 피해자나 사회구성원과의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져 이번 사건 피해자에 대해 죄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죄심리분석관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어느 정도 친밀해졌고 조금씩 심경 변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부모와 면담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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