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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년간 한-일 노동연대 지킴이로

등록 2010-03-14 18:59

 나카무라 다케시(66)씨
나카무라 다케시(66)씨
전주 찾은 다케시씨 “한국 노동자 투쟁, 일본 운동에 활력 줘”




“당시 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생명을 걸고 싸우는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게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일본 노동운동이 쇠퇴기였는데, 대한해협을 건너온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일본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일 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끌어온 나카무라 다케시(66·사진)씨가 전북 익산시를 방문했다. 14일 오후 3시 전북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일 노동자 연대운동 20돌 기념마당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기로 교류해온 전북·오사카 노동자들이 그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익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해 있던 ‘아세아스와니’라는 일본계 회사의 한국 노동자들이 1989년 12월 일본 원정 투쟁을 벌인 일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일본 오사카 전항만노조 건설지부에서 노동자 법적투쟁 문제를 맡아 일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가 한국 노동자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참여한 것이다.

스키장갑을 만드는 아세아스와니는 노동자 230여명이 일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평균 16~18살로 야간학교를 다니며 주경야독했고, 임금과 근무조건은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1989년 4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고, 회사 쪽과 단체협약도 맺어 근무조건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회사는 그해 10월 갑자기 폐업 방침을 노조에 알렸고, 그해 12월 방일투쟁단 5명이 꾸려져 ‘정상 가동 쟁취’를 위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20년 전 일본방문 투쟁을 담은 기록 <현해탄 너머>에는 당시 처절함이 잘 나타나 있다. “눈을 녹여 라면을 끓이고 가스도 떨어져 장작으로 밥을 지어먹고 있었다. 그들이 눈을 녹여 끓이던 라면에는 쏟아지는 눈물까지 섞여 있었다. 이런 한국 노동자들에게 나카무라씨를 비롯한 일본인 노동자와 재일 조선인으로 구성된 고려노동자연맹 등의 지원은 큰 힘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990년 3월13일 회사 쪽과 해고수당, 퇴직금 생계대책금, 학자금 지원 등에 합의했다. 100여일의 힘든 투쟁을 마무리한 것이다.

나카무라씨는 이날 행사에 앞서 2006년 2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 조문익씨가 안치된 익산 왕궁 원불교 영묘원을 찾았다. 그와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한 조씨는 일본 간사이 지역과 전북 지역 사이 교류의 창구 구실을 했다.

최근 석면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해마다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다. 이번이 한국 방문이 49번째다.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인정하고 노동자답게 사는 것을 아세아스와니 노동자들이 가르쳐줬습니다. 이것은 일본 노동자들이 잃어버렸던 것인데, 나도 이 일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한국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익산/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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