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판만 덩그러니… 어린이들이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초등학교 근처 새싹3길에 있는 어린이안전지킴이집 안내판 옆을 걷던 중 트럭이 다가가자 길 한쪽으로 비켜서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여론편승 처벌강화에 초점
“정교한 예방조처 우선돼야”
“정교한 예방조처 우선돼야”
2008년 ‘혜진·예슬이’ 사건, 2009년 ‘조두순’ 사건 등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어린이 성범죄 예방대책’을 쏟아냈지만, 어린이 성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린이 성폭력 재발 방지대책’으로 △범죄자의 사형 또는 무기징역 처벌 △가석방 불허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기간 확대 등을 내놓았다. 대부분 정책의 실효성보다는 처벌과 감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 회장은 14일 “정부는 처벌 강화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범죄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어 범죄예방에 실효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지방자치단체, 지역 상담기관, 교육당국, 경찰이 협력해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 등 종합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정교한 대책과 효과적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 이후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사형집행론이 제기된 것을 두고도 여론에 편승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현숙 실종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사후 형량 강화보다 사전 예방조처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세부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혜진·예슬이 사건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확대 △학생 신상정보를 담은 ‘전자태그’ 가방 부착 △실종수사전담반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자태그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나오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실종수사전담반은 인력 운용상의 어려움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13살 미만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큰 변화 없이 해마다 1000건을 웃돌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현재 실종수사전담팀은 1급서(관할인구 기준 25만명 이상)에서만 운영되고 있는데, 범죄예방에 취약한 2~3급서에서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정부발표 어린이 성폭력 방지대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