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33)씨가 4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부산경찰청에서 거짓말 탐지기 및 뇌파 검사 조사를 받은 뒤 부산 사상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부산/연합뉴스
“여중생 주검, 가방에 넣어 버려” 범행 일부자백
거짓말탐지기 조사서 유력한 범행 장소 등 반응
거짓말탐지기 조사서 유력한 범행 장소 등 반응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13)양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길태(33)씨가 경찰에 붙잡힌 지 나흘 만에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김희웅 수사본부 부본부장(부산 사상경찰서장)은 14일 “김씨가 지난달 24일 술을 먹고 돌아다니던 중 (숨진 이양의 집에서 30여m 떨어진) 비어 있는 무당집에 들어가 잠을 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방 안 전기매트에 옷이 벗겨진 이양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 부본부장은 “김씨가 집(무당집) 안에 있던 끈으로 죽은 이양의 손과 발을 묶고 전기매트용 가방에 넣은 뒤 오른쪽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는 이양의 옷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이양의 집에서 20~30m 떨어진) 빈집으로 옮긴 뒤 옆집 지붕 모서리에 있던 보일러 물통에 이양의 주검을 넣고 근처에 있던 흰색 시멘트가루를 물과 섞어 붓고 타일 등으로 덮었다고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본부장은 “김씨가 이어 이양의 옷이 든 비닐봉지를 넣고 물통 뚜껑을 닫은 뒤 돌을 눌러 놓고 담을 넘어 달아났으며 도주 뒤에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고 사상구 일대 빈집 등을 돌아다니며 숨어지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11시 부산경찰청에서 벌인 거짓말탐지 및 뇌파탐지 검사 결과를 경찰이 제시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뇌파탐지 검사에서는 피해자 이양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해온 김씨의 뇌파가 이양 집의 안방 사진을 보자 크게 반응했다. 또 거짓말탐지 검사에서도 수사관이 범행 장소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느냐’고 물었을 때 김씨가 ‘모른다’고 대답했는데 이때 혈압과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검사 결과를 보고도 살해 혐의를 계속 부인하던 김씨는 오후 3시께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뇌파탐지 검사에서는 대상자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을 때 특정 뇌파가 증폭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거짓말탐지 검사에서는 대상자가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호흡과 혈압, 맥박 등 생리변화를 보고 진실성 여부를 추정한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이양의 납치와 성폭행, 살인 동기, 도주로 등을 캐물은 뒤 진술을 확보하면 김씨를 데리고 현장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집에서 직선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양의 집에 들어가 혼자 있던 이양을 성폭행하고 살인한 뒤 이양의 집에서 20~30m 떨어진 이웃집 물탱크 속에 석회가루를 뿌려 버린 혐의로 공개수배를 받다가 지난 10일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집 근처 ㅎ빌라 3층 옥상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그는 일체의 범행을 계속 부인해왔다. 한편 <문화방송>은 이날 “지난해 12월 이양이 다니는 초등학교 화장실에서 김길태와 인상이 비슷한 30대 남자가 여학생 옷을 벗기려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이 선생님께 알려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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