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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삼성…’과 ‘도요타…’ 를 읽고

등록 2010-03-15 13:57수정 2010-03-15 14:00

주말에 두 권의 책을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와 일본의 인터넷 독립언론 `마이뉴스저팬'이 쓴 <도요타의 어둠>이란 책입니다. 감기 기운으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도 한 번 잡은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책 모두 한국과 일본의 최고 기업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는 것부터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했습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청와대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면서 보고 듣고 행한 경험을 직접 쓴 것이고, 더구나 전직 삼성 고위 관계자가 이처럼 적나라하게 그룹 고위층의 내막을 쓴 적이 없다는 점에서 소설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특검에서 다 말하지 못한 개인적인 감상, 가정사 등의 얘기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도요타의 어둠>은 그룹 고위층의 비리보다는 일본 1등기업, 세계 1등기업인 도요타의 노사관계의 후진성, 노동자 쥐어짜기, 내부 비리 숨기기 등을 내부 사원이나 노조 관계자의 취재를 통해 폭로한 책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최고 기업인 삼성과 도요타를 비판한 두 책 두 책을 읽으면서 확인한 것은 일등기업이라고 모든 면에서 일등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린 일반적으로 일등이면 모든 것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학교에서 1등을 하는 학생은 인간성도 1등이고 생활태도도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부만 1등이고 교우관계나 예의범절, 교양에 있어서는 `꽝'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삼성과 도요타는 돈을 버는 데 있어서 1등일지 모르지만 도덕성이나 가치관, 노사관계 등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돈 버는 데 1등이 도덕성에선 꼴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두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둘째, 두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물신주의에 물들고 지배되어 있는가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도요타의 어둠>을 쓴 사람들은 도요타의 리콜 문제, 노동자 쥐어짜기 등의 문제를 많은 언론이 알고도 거대 광고주인 도요타의 압력 또는 그를 의식한 자기검열로 전혀 제도언론에서 취급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미국법인의 사장이 여비서를 성희롱해 해임된 사건도 1단 기사정도로 축소되고, 탈세사건도 신고누락으로 왜곡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삼성은 어떻습니까? 굳이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아니더라도 일본이 도요타를 대하는 것보다 한국이 삼성을 대하는 것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삼성이 일본의 도요타보다 열악한 점도 한 둘이 아닙니다. 우선 도요타는 삼성처럼 무노조주의를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에 포섭되어 협력하는 어용노조도 있지만, 이에 반발하는 제2의 노조도 있습니다. 또한 도요타는 창업자 가족과 전문경영자가 번갈아 회사 경영을 맡고 있지만 오너 절대주의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계승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있고, 이런 것에 너무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대부분의 사건도 모두 이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두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입니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력은 일시적으로 편할고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절대 영속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습니다. 간판시스템, 제스트인타임(JIT)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경영시스템으로 평가받았던 도요타의 생산방식이 최근 미국의 리콜사태에서 보듯 큰 허점을 보였습니다. <도요타의 어둠>에서 증언하는 노동자, 하청회사, 비판 노조의 얘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정당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비판언론을 광고로 잠재운 결과가 도요타 리콜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도 특검도 없었을 겁니다. 삼성이 진정한 세계 제1의 기업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쓴소리를 듣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그것을 가장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 제일은 그저 돈으로 살 수도 이뤄질 수도 없다는 것을 두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쓴소리를 듣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없이는 진정한 1등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두 책을 읽고 느낀 교훈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거침없이 "1등의 비결은 돈이 아니라 비판 수용 능력에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다 읽으셨으면 밑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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