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감세·규제완화·작은 정부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담론을 절대선으로 떠받치던 과거와 달리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고, 복지 확대를 위해 국민 1인당 세부담률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창조적 선진화’를 주창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공동체적 자유주의’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창조적 세계화론>을 출간한 박 이사장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과제를 ‘선진화와 통일’로 제시하며 이를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역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95년 제1차 세계화에서 강조한 자유주의는 금융의 자유화에 따라 경제적 불확실성과 불안전성을 가중시키고, 세계화된 부분(제조업·대기업)과 비세계화부분(중소기업·서비스·공공부분)의 격차를 확대시켜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며 “그동안의 이기적 자유주의를 버리고 중산층이 두터운 항아리형 경제구조를 만들어 국민들 사이에 신뢰가 있고 사랑이 깊어지는 공동체적 자유주의 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공동체적 자유주의’ 개념 정립에 적극 관여해온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여전히 자유주의에 강조점을 두지만,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민 1인당 조세 부담률을 높여 복지를 확대하고, 투기자본과 기업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신자유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처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경제성장의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복지한국’을 내걸었다.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최근 ‘장애인도 단돈 몇 푼이라도 직접 당당하게 벌고 세금을 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국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당당한 복지국가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이 합치될 때 진정한 성장”이라며 ‘공동체 행복론’을 제기한 바 있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통한 약자 보호’라는 개념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전 국민에게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공산주의지만, 충분히 가진 부자가 좀더 가지려는 것은 탐욕”이라며 “부자들에게서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서민복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확대를 둘러싼 보수진영 내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에 난데없이 이념을 갖다 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념병 증세”라며 “부모의 소득수준을 (무료)급식 여부와 연계시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야당의 무상급식 공약을 ‘부자급식’, ‘혈세낭비’로 규정한 데 대한 공개적인 반격이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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