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움직인 박명훈 경사…“두 딸 아빠, 선배로 접근”
"피의자 김모 씨가 나를 찾는다고 해 갔더니 갑자기 왈칵 울어버렸다. 그리곤 '제가 다 했습니다'라고 범행 일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경찰에 붙잡힌지 5일째가 되도록 입을 굳게 닫았던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마음을 움직여 입을 열게 한 부산 사상경찰서 강력1팀 박명훈(49) 경사의 말이다.
박 경사는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으로, 사회 선배의 입장으로 김 씨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던 게 마음을 움직여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경사와의 일문일답.
--범행 자백 순간 어땠나.
▲사실 14일 오전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검사 가기 전부터 김 씨는 몹시 흔들렸다. 그런 검사를 하면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마치고 온 김 씨가 나를 찾는다고 해 갔더니 내 얼굴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더니 "제가 다 했습니다"라고 자백했다.
--자백 하기 전 김 씨에게 뭐라고 했나.
▲이제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이젠 다 털어놓으라고 했다.
--피의자 김 씨의 마음을 움직인 비결은.
▲조그만 심경변화만 생기더라도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우호관계를 형성해놓은 것이 주효했다. 범인도 사람이다. 면담형식의 대화를 많이 나누고 딸 키우는 아빠 입장으로, 사회 선후배 관계로 진솔하게 대했다.
--김 씨가 심리적 동요를 가장 크게 일으킨 때는.
▲4번째 조사가 진행된 12일 오전께였다. 김 씨에게 "(네가 죽인) 그 아이도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중학교 진학에 대한 꿈이 많았다. 그런 여중생의 꿈을 너가 짓밟았다"고 했더니 심리적으로 크게 갈등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양 얘기가 나오면 어떤 반응을 보였나.
▲검거 다음날인 11일 조사때부터 이 양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들지 못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범죄 사실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거나 "아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김 씨의 반응은.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몹시 괴로워하며 가슴 아파하는 듯 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나.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씨가 웃거나 호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데.
▲조사 받다 쉬는 시간에 혹은 운동에 관한 얘기를 할 땐 웃기도 하고 호감을 보였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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