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촌배수지 앞 주유소 위치도
박광태시장 처조카, 소촌배수지 터 대리인 통해 낙찰
주유소 건축 허가도 현지인 내세워…“엄정 수사해야”
주유소 건축 허가도 현지인 내세워…“엄정 수사해야”
광주시가 4년 전 쓸모없다고 매각한 고속도로 들머리의 시유지에 박광태 광주시장의 처조카가 소유한 ‘알짜배기’ 주유소가 들어서 시유지 매각비리 의혹이 일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시가 2006년 상수도시설 일부를 쪼개 임야로 매각한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226-4 등 2필지에 박 시장의 처조카 정상문(52)씨가 소유한 주유소가 들어서 운영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 주유소는 하루 차량 6만대가 통행하는 광주~무안공항 고속도로 들머리에 있고, 2년 뒤에는 인근 어등산에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수익성과 장래성이 보장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이곳의 공시지가는 2006년 1㎡에 2만1900원에서 2008년 30만6000원으로 2년 사이 14배가 뛰었다. 정씨가 운영중인 주유소의 토지·건물값은 줄잡아 2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애초 1993년 5월 이 일대 터 3만472㎡에 저수용량 2만5000t인 소촌배수지를 설치했으나 2005년 10월 부채를 갚겠다며 이 가운데 20%인 6190㎡의 매각을 서둘렀다. 매각을 검토한 지 두 달 만인 2006년 1월 시정조정위원회에서 용도를 폐지하고 매각에 들어갔다. 시설부서에선 “배수지의 사고나 청소 때 흐려진 수돗물을 빼내기 위한 800㎜ 배수관이 매각 터에 묻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다.
같은 해 2월 이뤄진 공개입찰에는 12명이 참여했지만 정씨의 대리인 김아무개(57·사업)씨가 예정값 1억8750만원보다 1.6배 높은 3억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김씨는 “후배인 정씨와 동업하려 했으나 매입비를 대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소유자는 정씨”라며 “5년인 전매금지가 풀리면 소유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6년 8월 현지인이 아니면 개발제한구역 안에 건축을 못한다는 규정을 피하려고 홍아무개(69·농업)씨 이름으로 이 중 1422㎡에 주유소 건축허가를 받았다. 홍씨는 “공무원인 친척이 찾아와 부탁해서 인감도장을 내줬다”며 “정씨는 얼굴도 모르는 이”라고 말했다. 2년 뒤인 2008년 5월 주유소가 준공되자 건물 소유권은 매매한 것처럼 꾸며 건축주인 홍씨한테서 정씨의 부인 조아무개(49)씨한테로 넘어갔다.
정씨는 박 시장이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광주시장을 거치는 20여년 동안 일상사를 보필했던 측근이다. 박 시장한테 4년 동안 자신의 ㅎ아파트를 거처로 제공하고, 이후 ㅇ아파트에 살던 박 시장이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 이를 물려받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 광주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해양도시가스의 광산고객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이를 두고 이상석 ‘행의정감시연대’ 집행위원장은 “시유지의 관리책임자인 시장의 처조카가 이름을 숨긴 채 시유지를 사고 주유소를 짓는 등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익을 챙겼다”며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당시 도심에 값싼 토지가 나와서 투자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며 “현지인 이름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부분은 잘못이지만 사전에 매각 정보를 전혀 듣지 못했고 소득액을 줄이려고 아내 이름으로 등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시 쪽은 “배수지 터 중 경사가 심한 일부를 용도폐지해 매각했다”며 “수도용지를 임야로 바꿔 매각한 절차에 흠결은 없다”고 일축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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