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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낙동강 준설로 취수장 흙탕땐 영남 식수 위태

등록 2010-03-15 20:27

대구시민들이 마실 식수를 취수하고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정수장(철탑에 둘러싸인 하얀 건물)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15일 오전 크레인과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 등이 강정보 가물막이 공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구시민들이 마실 식수를 취수하고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정수장(철탑에 둘러싸인 하얀 건물)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15일 오전 크레인과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 등이 강정보 가물막이 공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집중점검 4대강 사업]
연중 강바닥 파내 생활용수 공급 29곳 불안
정수 부담 커지고 화학약품 많이 쓰게 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취수장은 213곳이다. 이 가운데 4대강 전체 준설량의 80%를 차지하는 낙동강 수계에 있는 취수장만 101곳에 이른다. 낙동강 본류에서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은 29곳으로, 영남권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젖줄이 토목공사 현장이 되는 셈이다. 강바닥을 긁어내면 흙탕물이 생기는데 먹는 물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준설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 강바닥 준설공사가 장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취수원에 어떤 변화가 올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예측을 하기 어렵다. 다만 준설로 인해 취수원에 부유물질이 들어가 물의 탁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의 용역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의 식수원인 매리취수장의 경우 취수장에서 374m 떨어진 곳에서 준설공사를 할 경우 탁도가 평상시보다 8배 정도 높아진다. 원동신취수장은 유입 탁도가 연평균보다 무려 15배 높아진다. 사실상 흙탕물에 가깝다.

결국 탁도가 올라간 물을 취수해서 안전하게 정수처리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또 강바닥에 쌓여 있는 퇴적토를 파내면 중금속 등 여러 유해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원수에 유입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흙탕물’ 우려에 대해 정부는 홍수 때 탁도가 평소에 견줘 수십배씩 올라가도 정수처리를 하면 수질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점을 들어, “준설을 해서 탁도가 올라가도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정수처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기간의 준설 작업이 취수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윤제용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4대강 사업의 대규모 준설로 인한 탁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성질의 것일 수 있다”며 “홍수는 일시적이지만 준설공사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탁도가 일정하지 않고 변화하는 상황이 계속되는데 여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장기간의 탁도 증가는 정수장에 큰 스트레스를 준다.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특히 중소규모 정수장은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탁도가 변할 때 대비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낙동강의 중소규모 정수장은 고령군민의 식수원인 다산정수장(하루 생산능력 2750t), 고령광역정수장(4만4000t), 칠곡의 왜관정수장(2만8000t), 양산시의 신도시정수장(3만8000t) 등 10여곳에 이른다.


낙동강 분류 주요 취수장 현황
낙동강 분류 주요 취수장 현황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매리·물금취수장의 평상시 취수한 물의 탁도는 10NTU(탁도를 나타내는 단위) 안팎에 머무르지만 홍수기에는 200~300NTU까지 높아진다. 이런 경우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고도정수처리를 해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정수시설 가동률이 50% 정도이기 때문에 정수시설을 전부 가동하면 충분히 평소 수준으로 정수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4대강 공사로 이런 고탁도 현상이 연중 발생한다는 데 있다. 지금은 길어야 7~10일이고 일년에 2~3차례, 합쳐도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예정된 준설공사는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되고, 이처럼 연중 흙탕물이 발생하는 상황은 대처해 본 경험이 없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상시적으로 퇴적토 속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이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정수관리 체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수처리를 한다고 해도 물의 탁도가 높을수록 정수에 필요한 응집제인 화학약품을 많이 쓰게 되는데, 평소보다 많은 응집제를 사용한 물을 1년 내내 먹어도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제용 교수는 “염소 등과 같은 정수약품 투입 증가는 트리할로메탄과 같은 소독 부산물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낙동강은 수질이 떨어지다 보니 평소에도 화학약품 처리를 많이 하는 게 사실인데 탁도가 올라가면 응집제 등 화학약품량을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주희 박영률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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