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49) 경사
“11일부터 피해자 얘기때 고개 못들어”
“범죄자라기보다는 인간으로 대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14일 김길태씨의 자백을 이끌어낸 부산 사상경찰서 강력1팀 박명훈(49) 경사는 15일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제 모든 것을 얘기하라고 했더니 김씨가 울면서 ‘제가 모두 했습니다’ 하며 범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을 납치·성폭행·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뒤 범행을 줄곧 부인하던 김씨는 14일 오전 9~11시 수감중인 사상경찰서에서 부산경찰청으로 가 뇌파탐지·거짓말탐지 검사를 받고 돌아온 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과정에서 박 경사를 불러달라고 해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 박 경사는 “김씨가 붙잡힌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께 김씨와 처음 대화를 나눈 뒤 신문을 전혀 하지 않고 김씨의 어릴 때 성장과정과 학교생활, 교도소 생활 등을 소재로 인간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이것 때문에 김씨가 나를 신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백 전 네번째 조사 때 ‘죽은 아이가 너보다 어려운 형편인데 네가 짓밟아서야 되겠느냐’고 추궁했을 때 김씨가 심리적 갈등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며 “김씨가 처음에는 이양의 얘기가 나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11일 오후부터는 이양 얘기를 하면 고개를 못 들었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수사관들이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가 뇌파탐지·거짓말탐지 검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기 전날 김씨한테 검사 사실을 알려줬는데 동요하는 것 같았으며 검사를 받으러 갈 때도 평소와 달리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박 경사는 또 “김씨가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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