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 발생 틈타 여론에 기대 ‘무리수’
“상습범·누범 가중규정 삭제하면 이중처벌 아냐”
“보호감호로 자의적 처벌 가능…비교대상 안돼”
“상습범·누범 가중규정 삭제하면 이중처벌 아냐”
“보호감호로 자의적 처벌 가능…비교대상 안돼”
법무부가 16일 본격적인 ‘흉악범 집중 수용 시설’로 삼겠다고 밝힌 청송교도소는 과거 재소자들 사이에서 ‘빠삐용 요새’로 불리며 ‘악명’이 자자했던 청송보호감호소를 모태로 하고 있다. 낙동강 상류의 수심 깊은 반변천과 서시천이 앞에 있고 뒤로는 광덕산의 깎아지른 암벽이 버텨, 탈주는 엄두도 못 내는 시설이다. 같은 외벽으로 둘러싸인 4개 수감시설 중 청송제2교도소는 지금도 조두순(57)씨와 같은 중범죄인이나 도주 시도자, 난동자 등 350여명이 수용된 곳으로, 6.48㎡(약 2평) 크기의 독방이 많고 전자감시 시스템이 촘촘히 설치된 중경비시설이다.
법무부는 이런 곳에 흉악범을 집중적으로 보내 철저히 격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연쇄살인범이랄지 아동 성폭행 살인범 등은 원칙적으로 격리를 해야 한다”며 “청송교도소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청송보호감호소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감호소가 설치된 이래, 2005년 사회보호법 폐지 때까지 상습범 등 1만3413명을 수용했다.
법조계에서는 보호감호제와 청송보호감호소가 신군부의 ‘사회 기강 확립’ 차원에서 만들어졌고, 인권 유린의 상징이었다는 점을 들어 ‘과거 회귀와 인권 후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흉악범의 효율적 관리와 교화를 위한 보호감호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폐지된 지 5년밖에 안 된 제도를 재도입하는 데 심사숙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송보호감호소가 교도관들의 구타와 가혹행위, 재소자의 타살과 자살 등으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시설로 지목된 바 있고, 결국은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보호감호제의 폐지로 이어진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현행 형법에서 법정 형량의 2분의 1 내지 2배를 부과할 수 있는 상습범·누범 가중처벌 조항을 없애는 대신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처벌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헌법재판소가 1989년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범 방지를 위한 보호감호는 합헌’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죄에 대한 별도의 형벌이 아니라, 앞으로의 재범 가능성을 고려한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 판사는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질렀기 때문에 가중처벌을 하는 문제와,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라고 예상해 처벌하는 것은 그 전제가 다르다”며 “사회적 합의로 폐지된 제도를 일시적 여론에 기대 부활시키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보호감호제 폐지운동을 벌였던 장유식 변호사도 “신군부가 만들어 20년여간 인권 침해 논란을 빚은 제도를 되살리면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 등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흉악범죄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 행정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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