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 직접 물증은 못찾아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13)양 살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사상경찰서는 16일 이양의 주검이 버려졌던 물탱크에서 피의자 김길태(33)씨와 이양의 유전자가 함께 검출된 물증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물탱크 안에 들어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의 내용물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긴 결과, 한 점에서 김씨와 이양의 유전자가 함께 검출됐고, 다른 한 점에선 김씨의 유전자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비닐봉지는 이양의 옷과 신발이 들어 있던 것으로, 지난 6일 이양의 주검과 함께 물탱크에서 발견됐다. 또 경찰은 “물탱크 옆 빈집에서 발견한 검은색 후드 티셔츠에서도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이양의 몸에서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된 데 이어 김씨와 이양의 디엔에이가 함께 검출된 물증을 주검이 버려졌던 곳에서 확보함에 따라 김씨가 이양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뒤 주검을 버린 혐의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이양을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와 관련한 물증은 아직 찾지 못했다. 김씨가 만취 상태에서 가로 90㎝, 세로 50㎝의 좁은 다락방 창문을 통해 어떻게 이양 집에 들어갔는지, 또 이양 집에서 골목길로 50m 이상 떨어진 무당집까지 어떻게 이양을 끌고 갔는지, 이양을 성폭행하고는 왜, 어떻게 살해했는지 등은 김씨의 이날 현장검증에서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김씨는 주요 범죄행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재연도 거부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 이양 집 화장실 등에서 발견한 발자국을 보여준 뒤 “(내가 이곳으로) 들어올 리 없는데 증거가 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는 정도의 진술을 들었을 뿐이다.
살해 시점에 대해서도 경찰은 김씨가 “이양이 성폭행을 당하면서 소리를 질렀고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살해한 것 같다”고 한 진술과 지난달 24일 자정 넘어 김씨가 이양의 주검을 버리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24일 밤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경찰은 현장검증 결과를 토대로 보강조사를 해 추가 물증을 확보한 뒤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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