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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길태 다시 “기억 안난다”…시민들 “이 짐승아”

등록 2010-03-16 21:46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을 납치·성폭행·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길태씨가 16일 오전 현장검증이 이뤄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이아무개양의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뒤쪽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을 납치·성폭행·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길태씨가 16일 오전 현장검증이 이뤄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이아무개양의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뒤쪽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중생 살해사건’ 현장검증
범행과정 재연 모두 거부해
“니가 사람이가. 모자 벗어!”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13)양을 납치·성폭행·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길태(33)씨가 16일 오전 10시께 다가구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양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나타나자 50여명의 주민들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며 마구 욕설을 해댔다. 경찰이 첫번째 현장검증 장소인 이양의 집 부근을 모두 막자 일부 주민들은 이웃집 옥상 건물에 올라가 김씨의 범행 재연을 지켜봤다.

모자가 달린 검은색 점퍼와 검은 체육복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김씨는 이양의 집 대문에 들어선 뒤 이양의 집과 붙어 있는 빈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어 곁에 있던 수사관이 이양의 집 침입 경로와 이양의 납치·살해 과정을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이때부터 재연을 거부했다.

김씨는 이양의 집에서 50여m 떨어진 빈집(무당집)에서 이양을 성폭행하고 숨진 이양의 손발을 묶은 뒤 이양의 주검을 전기매트 가방에 넣는 과정을 재연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도 거부했다. 이어 전기매트 가방에 넣은 이양의 주검을 바로 옆 빈집으로 가져가 옆집 물탱크에 넣는 장면도 재연을 거부해 한 경찰관이 대신했다.

범행 현장 4곳을 검증하는 동안 500여명의 주민이 이웃 건물 옥상 등지에서 이를 지켜봤다. 어린 나이에 숨진 이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닦는 주민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한 40대 여성은 “(이양이) 평소 성격이 활달해서 인사도 잘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양이 살아 있었다면 다녔을 ㄷ여중 학생들은 교실 창문을 통해 이양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기도 했다.


김길태씨가 16일 오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아무개양 집에서 납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김길태씨가 16일 오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아무개양 집에서 납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주민들의 분노는 이양의 주검을 물탱크에 버린 뒤 김씨가 근처 아파트 공터를 통해 도주할 때 극에 달했다.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순식간에 경찰 저지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은 김씨의 뒤를 떼지어 따라가면서 “모자 벗겨라”, “×××야. 니가 인간이냐, 짐승이지.”, “세상 무서워서 딸 키우겠나” 등의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김선관(59·경남 양산)씨는 “자식 키우는 부모의 심정은 말로 할 수 없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대통령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ㅅ고 앞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아무개(55)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살지만 그래도 인심은 좋은 동네라고 자부했는데,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겨 가슴이 아프다”며 “재개발을 하려면 빨리 해야지 늑장을 부리다가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붙잡힌 덕포시장 근처 삼락동 ㅎ빌라와 덕포동 김씨의 집에 대한 현장검증은 의외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한 주민은 “김씨를 입양한 부모가 안됐다는 생각도 들고, 같은 동네에 살던 이웃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충격이 있다”고 이곳 주민들의 심정을 설명했다.


이날 낮 12시30분께 6곳의 현장검증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김씨가 이양을 살해하기 전에 두 차례나 여성을 끌고 와 성폭행했다는 김씨의 옥탑방을 바라보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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