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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토부 상대 4년 소송끝 민자 ‘검은 실체’ 드러내

등록 2010-03-17 09:08수정 2010-03-17 09:30

정보공개 이끌어낸 함형욱씨
정보공개 이끌어낸 함형욱씨
정보공개 이끌어낸 함형욱씨
땅 수용된 뒤 8년간 씨름, 감사원 감사결과에 충격
경실련과 함께 고민하며 비공인 민자사업 전문가로
“제가 판사님께 그랬어요. ‘판사님, 5000억원이면 얼만지 아느냐’구요. 만원짜리로 채우면 이 법정에 다 담지 못할 큰돈이라고 했죠. 고개를 끄떡이시더라구요.”

함형욱(46·사진)씨는 자신이 소송에서 이긴 것은 ‘상식의 승리’라고 했다. 그는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4년 동안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다. 고생 끝에 에이(A)4 용지 1698쪽 분량의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하도급 내역서’를 손에 쥐었다. 이 자료에는 정부와 건설자본이 숨기려 했던 민자사업의 ‘구린’ 실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함씨는 지난 2003년 이 고속도로 때문에 땅이 수용된다는 통보를 받은 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상대로 8년 동안 싸웠다. 그 과정에서 ‘비공인’ 민자사업 전문가가 됐다.

원래 그는 고향을 떠나 경기도 안양시에서 피시(PC)방을 운영하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의 고향은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허리를 가르고 지나가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으로, 그의 아버지는 40여년 전 집 뒤에 잣나무를 심었다. 함씨와 함께 나무는 숲을 이뤄갔다. 그리고 애초 그 땅(1만3860㎡)은 수용 예정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웃에 자리잡은 대규모 종교단지를 피해 노선이 조정되는 바람에 갑자기 그의 땅이 수용 대상에 포함됐다. 함씨는 2년여의 추적 끝에 노선 조정으로 공사비가 416억원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함씨는, 우연히 2004년 감사원의 ‘SOC(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제도 운용실태’라는 제목의 감사 결과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사업 추진을 위해 하루 2만여대에 불과한 예측 통행량을 5만여대로 부풀렸고, 옛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으며, 기획예산처 민간투자심의위원회는 관련 법규를 어기고 위원회를 편법으로 열어 사업 시행에 도장을 찍어준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후 함씨는 민자사업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과 함께 공부하며 민자사업 비리의 핵심이 ‘부풀려진 건설비’이고, 그 정보는 하도급 내역서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007년 소송을 낸 뒤 2008년 1심에서 패소했지만, 2·3심에서는 내리 이겨 결국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 고령이던 함씨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제가 받아 온 판결문을 소리 내 읽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평범한 시민을 민자사업 전문가로 만든 현실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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