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마곡사에서, 이 절의 주지스님인 원혜 스님과 직원들이 김석균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가 흙으로 벽의 틈새를 메우고 있는 작업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전기·난방비 ‘1년에 1억’…에너지 30% 절약운동
아궁이에 단열벽돌 깔고 흙덩이로 벽 틈새 막아
아궁이에 단열벽돌 깔고 흙덩이로 벽 틈새 막아
“여기 틈새 보이죠? 나무가 마르면서 벌어진 자리입니다. 여기로 열이 줄줄 새고 있어요.”
16일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마곡사. 절 안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 은거 기념관’ 건물을 살펴보던 김석균(46)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가 부엌문 옆 벽에 난 틈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 대표가 망치로 치자 얇은 시멘트 층이 깨지면서 바짝 마른 흙벽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흙과 모래, 석회, 황마를 섞은 흙반죽을 틈새에 메워넣었다. “황마의 섬유질이 흙이 수축하는 걸 막아줘요.” 그는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망사로 고정하고 황토로 미장을 했다. “황토는 점성이 좋아 벽에 잘 붙어요.” 10분 만에 뚝딱 손질하니 틈새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켜보던 마곡사 스님과 직원들은 김 대표가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작업과정을 익혔다.
이어 김석원(43) 흙부대건축네트워크 매니저가 부엌의 아궁이를 살폈다. “아궁이와 방바닥의 높이 차이가 1m 이상 나야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방을 데우는데, 여기는 높이 차이가 별로 없네요.” 김 매니저는 삽으로 아궁이 바닥을 파내고 미리 준비해온 단열벽돌을 바닥에 깔았다. “이렇게 하면 땅으로 빠져나가는 열까지 막을 수 있어요.”
‘템플 스테이’로 유명한 마곡사에서 이날 아주 특별한 공사가 시작됐다. 에너지시민연대(공동대표 김재옥 등)와 불교계가 함께하는 ‘에너지 자립 사찰 만들기’ 사업의 일부로 마곡사의 단열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흙벽과 나무기둥으로 만들어진 사찰 건물은 해가 지날수록 나무가 말라 수축하는 탓에 흙벽과 나무기둥 사이가 벌어져 열 손실이 많아진다. 이런 까닭에 큰 사찰들은 매년 수천만원의 난방비와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올해 초 마곡사와 주변 사찰 4곳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조사해보니, 가장 규모가 큰 마곡사는 지난해 전기료와 난방비로 9596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갑사는 4620만원, 광덕사는 2100만원, 관촉사는 1534만원을 각각 썼다.
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작은 사찰에선 매년 가을 수천만원의 은행 빚을 내 겨울 난방비를 충당하고, 이듬해 봄 석가탄신일 수입으로 빌린 돈을 갚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찰이 오래된 한옥이어서 단열이 잘 되지 않고, 여러 채의 건물에 선풍기와 온풍기 등 냉난방 장비를 갖춘 탓에 단열공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날 3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한 김석균 대표는 “지금까지는 틈새를 실리콘이나 비닐로 막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방법은 건물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흙과 헝겊을 이용해 벽의 틈새를 메우는 방식이 생태적이면서 현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마곡사는 다음달 스님들과 직원, 신도들이 직접 전체 건물의 벌어진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웃한 갑사, 광덕사, 관촉사에서도 잇따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태규 마곡사 종무실장은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면 에너지 소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며 “앞으로 절 안에 ‘에너지학교’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운동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대부분의 사찰이 오래된 한옥이어서 단열이 잘 되지 않고, 여러 채의 건물에 선풍기와 온풍기 등 냉난방 장비를 갖춘 탓에 단열공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날 3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한 김석균 대표는 “지금까지는 틈새를 실리콘이나 비닐로 막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방법은 건물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흙과 헝겊을 이용해 벽의 틈새를 메우는 방식이 생태적이면서 현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마곡사는 다음달 스님들과 직원, 신도들이 직접 전체 건물의 벌어진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웃한 갑사, 광덕사, 관촉사에서도 잇따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태규 마곡사 종무실장은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면 에너지 소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며 “앞으로 절 안에 ‘에너지학교’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운동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주/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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