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인 묘법연화경에서는 법희(法喜)와 선열(禪悅)로 음식을 삼는다고 했는데, 피고인들은 황금과 뇌물을 음식으로 추구해 스스로 종교인의 권위를 훼손했다.” 지난해 12월31일, 대전지법 형사합의3부 김재환 재판장은 세속의 법정에 선 세 스님한테 이렇게 일갈했다.
충남 공주에 있는 천년 고찰 마곡사는, 본사의 주지가 말사의 주지를 추천하는 권한을 이용해 금품을 받았다가 형사처벌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에 2007년 선거를 통해 오아무개(61)씨를 새 주지로 뽑았지만, 오씨 역시 석달여 만에 전임자와 같은 길로 들어선 것이다. 오씨는 함아무개(53), 김아무개(38)씨를 말사 주지에 추천해주는 대가로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들과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씨에게 “종단과 신도들의 기대와 신뢰를 배반했는데도 참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종단의 징계를 비난하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며 징역 1년에 추징금 8000만원을 선고했다. 함씨 등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선고됐다.
법정스님이 ‘무소유’ 정신을 남기고 입적한 지난 11일,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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