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조치 9호 철폐투쟁 3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가 13일 오후 서울 언론회관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악몽’ 30돌 토론회 열려…197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 북적
“장례를 마친 뒤 어머니 친구를 만났다. ‘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은행 가시면 창구 뒤에 앉아 있는 은행원을 보면서 ‘아이구, 우리 주웅이가 저기 앉아 있어야 할 건데’라며 눈물을 흘리시더라.’ 나는 억장이 무너졌다. … 어머니에 관한 한 나는 아직도 긴급조치 9호 아래에 있다.”
‘긴급조치 9호 세대’들이 최근 펴낸 <30년 만에 다시 부르는 노래>에 엄주웅(47)씨가 쓴 글이다. 1978년 고려대 학내시위를 이끌다 투옥된 엄씨는, 10년 전 투신자살한 어머니가 아들의 두 차례 투옥과 민중운동 과정에서 우울증을 얻어 세상을 등졌다는 자책에 시달린다고 고백했다.
5년 동안 1천여명의 구속자를 양산하고, 수배·고문·강제징집의 수단이 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9호’가 13일 발동 30년을 맞았다. 자유언론운동과 반유신시위가 한창이던 1975년 4월9일 인혁당 관련자 8명의 사형이 집행되고, 12일 서울대 4학년생 김상진(당시 26살)씨가 유신반대 선언문을 읽고는 할복자살했다. 30일에는 베트남전이 끝났다. 이 상황에서 이전 긴급조치들을 집대성한 긴급조치 9호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유언비어 날조·유포, 사실왜곡 전파, 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통신 등에 의해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선전하는 행위’ 일체가 긴급조치 9호가 금지한 대상이다. 위반자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
1970년대 중·후반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운동에 나선 세대들은 이날 서울 언론회관에서 학술토론회와 기념식을 열었다. 토론회에서 정태헌 고려대 교수(한국사)는 “긴급조치 9호 세대는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식의 고독한 투쟁을 벌였고, 역동적인 변화를 불러온 386세대가 자랄 수 있도록 소중한 밀알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념식에서 ‘유신 망령’의 부활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고 결의했다. 박석운 ‘긴급조치 9호 철폐투쟁 30돌 기념 추진위’ 공동대표는 “이번 행사는 긴급조치 9호 세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독재 미화와 박정희 망령의 부활을 막는 역사의 파수꾼 구실을 하자는 뜻을 모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편집 2005.05.13(금) 19:39
1970년대 중·후반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운동에 나선 세대들은 이날 서울 언론회관에서 학술토론회와 기념식을 열었다. 토론회에서 정태헌 고려대 교수(한국사)는 “긴급조치 9호 세대는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식의 고독한 투쟁을 벌였고, 역동적인 변화를 불러온 386세대가 자랄 수 있도록 소중한 밀알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념식에서 ‘유신 망령’의 부활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고 결의했다. 박석운 ‘긴급조치 9호 철폐투쟁 30돌 기념 추진위’ 공동대표는 “이번 행사는 긴급조치 9호 세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독재 미화와 박정희 망령의 부활을 막는 역사의 파수꾼 구실을 하자는 뜻을 모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편집 2005.05.13(금)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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