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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문제는 사형집행이 아니라 사형제 폐지다.

등록 2010-03-18 11:44

지난 2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사형 집행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에 사형집행을 촉구한 바 있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흉악범의 경우 사형을 집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하여 5:4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했다. 헌재 결정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단체들에서도 사형제 합헌결정에 대하여 헌재를 비판했다. 민변 회장을 역임한 송두환 재판관이 사형제 합헌 의견을 내자 엘리트 법조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당은 사형집행을 촉구하고 결정권자인 법무부장관은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지시하는 상황까지 온데는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극악한 범죄에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사형제는 합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한몫 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사형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사형제는 형식적으로는 합헌이라고 생각한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그렇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다면서도 "사형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간접적으로 우리 헌법은 사형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헌법규정을 거슬러 위헌이라고 결정할 수는 없다. 헌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것은 의회 즉 국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독일 헌법 제102조는 사형제 폐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제를 규정한 법률이 있다면 바로 헌법위반이 된다.


사형제 합헌의 헌재 다수의견은 자유권 심사방법인 과잉금지 원칙(방법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즉 비례성 심사를 할 경우에도 사형제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사형제 위헌의 소수의견은 헌법의 사형제 예정 조항에 눈을 감으면서 바로 비례성 심사를 하면서 사형제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였다.

헌재 다수의견과 달리 사형제에 대한 비례성심사를 할 경우 사형제는 범죄자의 사회적 격리라는 목적을 생명의 박탈이 아닌 완화된 수단인 무기형 등으로 달성가능하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침해되는 사익(생명)과 보호하려는 공익(범죄예방)간에 법익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사형제는 과잉금지원칙위반이다.

일반적으로 법률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경우 위헌이 되지만, 현행 헌법은 사형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면서도 합헌인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즉 형식적으로는 합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헌이 아닌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과 같이 사형집행촉구나 사형집행 등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사형제를 독일과 같이 폐지하고 사형을 규정한 법률 등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이런 판단 하에서 헌재결정에 아쉬움이 남고 송두환 재판관의 입법적 해결 촉구 주장에 동의한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이 있다. 다수의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해친 흉악범의 인간존엄성과 생명권 보호 주장은 사실 국민의 법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오히려 사형제 폐지의 근거는 헌법상 관용의 원리이다. 국가가 사형집행을 통하여 피해자의 복수를 대신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사형제 폐지의 사실상의 이유는 첫째, 오판, 남용의 문제다. 그러나 오판과 남용은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느정도 극복된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사회적 책임 더 나아가 국가적 책임이다. 흉악범도 사회안에서 키워졌다는 점에서 국가책임이 크다. 셋째, 살인을 거듭하는 흉악범의 경우 정상인이라기보다 정신질환자, 싸이코패스다. 즉 격리를 통한 치료의 대상이다.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사형집행이 아니다. 경찰과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한 부분이 없나 반성하고 범죄예방조치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실질적으로는 위헌인 사형제 폐지를 위한 헌법개정과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남경국, 독일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철학 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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