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도쿄 진보쵸 이와나미서점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지식인 대화’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이종원 릿쿄대 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사카모토 요시카즈 도쿄대 명예교수, 통역자, 오카모토 아쓰시 <세카이> 편집장, 이기호 한신대 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와나미서점 주최 ‘한-일 지식인 대화’
“북한 희망없는 상황서 핵 개발능력 키워와”
“6월안 김정일 방중·6자 복귀 기대해볼수도”
“일, 대북제재 일부 풀고 납치문제 협상해야”
“북한 희망없는 상황서 핵 개발능력 키워와”
“6월안 김정일 방중·6자 복귀 기대해볼수도”
“일, 대북제재 일부 풀고 납치문제 협상해야”
“마치 장례식에 와 있는 것처럼 침울하네요.”
사카모토 요시카즈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 일본, 미국 어느 한 나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참가자들이 비관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자,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이종원 릿쿄대 교수가 “6월 이전에 중국과 북한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내비쳤다.
17일 오후 도쿄 진보초의 이와나미서점(출판사) 본사 회의실에서 이와나미서점 주최로 열린 ‘한-일 지식인 대화’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백종천 전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실장 등 한반도평화포럼 소속 인사들과 사카모토 요시카즈,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등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4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카모토 아쓰시 <세카이>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북핵’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가운데,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쏟아져나왔다. 사카모토 교수는 “오바마 정부도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해야 평화협정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운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은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는 다음 협상을 위해 핵 개발 능력을 더 키워온 걸 주목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상을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사바 기요시 전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과연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임동원 전 장관은 “협정이 체결되면 여론이 미군을 귀국시키라는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지인의 견해를 소개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지금 사상 최악”이라며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어도 대북관계는 달라진 게 없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중심으로 사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납치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풀겠다는 원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점은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으로 모아졌다. 임동원 전 장관은 “중국은 미-북 대화를 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중재안을 북한에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도 이번 기회에 근본적이고 조속한 해결을 시도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안보위협이 해소되고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원 릿쿄대 교수는 “6월 안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에 이어 6자회담 복귀 선언이 나온다면 그것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이런 상태로 가다 보면 6자회담이 재개돼도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지금 북한 핵에 반대하는 쪽이지만, 그때 가서 강력한 제재로 북한 체제 붕괴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하게 될 것”이라며 “그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최고 지도자가 납치 문제를 고백한 것보다 더 큰 결단이 어디 있느냐”며 “북한에 믿음을 주면서 납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카모토 편집장은 “납치 피해자의 형인 하스이케 도루 전 ‘가족회’ 사무국장이 처음엔 북한에 매우 적대적이었으나 점차 북한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힌 사례를 볼 때 일본 사회의 대북 태도도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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