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는 한국전쟁중 미군이 세균전 실험을 명령했다는 문서를 입수해 18일 공개했다. <알자지라> 화면 캡쳐
알자지라, 미국문서 공개…실제 실행여부는 불확실
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는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세균전 실험을 명령한 문서를 발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피플파워’라는 심층 보도 프로그램에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미국 합동참모본부 작성 문서를 공개했다. 1951년 9월21일에 작성된 이 문서에는 “작전 상황에서 특정 병원체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대규모 현장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미군이 실제로 문서의 명령대로 작전을 실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미군이 일본 731부대에서 세균전 정보를 받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미군이 일본 731부대원들을 석방해주는 대가로 관련 정보를 넘겨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여러 문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알자지라>는 자신의 상관이 미군이 한국에서 세균전을 벌이도록 도왔다는 증언을 하는 전직 731부대 대원의 비디오 화면도 공개했다. 북한 주민 윤창빈씨는 “전쟁통이던 3월에 파리들이 커지고 갈색 빛을 띠더니 4월부터 장티푸스처럼 전염병이 돌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한국전에 참가했던 미군 조종사 케네스 에노크(85)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세균전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에노크는 전쟁 때 북한에 포로로 잡혀서 세균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증언했으나 종전으로 풀려난 뒤에는 거짓 진술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군이 북한에서 세균전을 벌였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조지프 니담을 단장으로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옛 소련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 미군이 북한에서 탄저균과 흑사병 균 등을 써 세균전을 벌였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하며, 아직은 의혹으로만 남아있다. 20여년 동안 미군의 북한 세균전 실험에 대해 연구한 모리 마사타카 교수는 “미국은 세균전이 제네바 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나는 미군이 북한에서 세균전을 벌였다고 확신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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