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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영성적 ‘A’는 해임 ‘C’는 영전…“인사에 권력입김”

등록 2010-03-21 19:32수정 2010-03-21 22:50

‘미디어행동’과 ‘엠비시(MBC)사수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들머리에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문화방송 인사에 대한 권력기관 개입 시사 발언’ 진상을 청와대가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 <문화방송> 카메라.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디어행동’과 ‘엠비시(MBC)사수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들머리에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문화방송 인사에 대한 권력기관 개입 시사 발언’ 진상을 청와대가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 <문화방송> 카메라.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 MBC 지역사장 왜 모이나…짙어지는 ‘의혹’
참석자 “언론역사에 기록될 일, 그냥 못넘어가”
전 MBC 지역사장 왜 모이나

최근 해임당한 <문화방송>(MBC) 전직 지역사 사장들의 22일 공동대응 모색은 김우룡 전 이사장의 ‘큰집’ 발언으로 자신들의 해임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반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김재철 사장의 “(좌파) 대학살”과 “좌파 대청소”의 희생양이 돼버린 까닭이다. “경우에 따라 김 사장의 사퇴까지 공식 요구할 수 있다”는 한 전직 지역사 사장의 말만 봐도 반발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사장의 8일 인사는 당사자들에게 사전 통보 없이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한 전직 사장은 “대부분의 사장들이 연락도 받지 못한 채 해임됐다. 나만 해도 인사 당일 지역사 주주총회 참석차 서울에 올라간 상태에서 주총 시작 2시간 전에 지역사 쪽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사실을 전해 듣고 당황했다. 결국 주총 참석도 못하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 인사근거인 경영평가 무시
“언론역사에 기록될 일…그냥 못넘어가”

김 사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는 데는 사람들마다 온도차가 있지만, 김 사장의 인사가 동의할 수 없을 만큼 무원칙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본사 역대 사장들이 인사의 주요 근거로 활용했던 경영평가 결과가 김 사장의 인사에선 무시됐다는 점이 ‘큰집 개입’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다른 전직 지역사 사장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권이었던 사람은 살아남고 우수한 결과를 얻은 사람은 교체됐다. 도대체 무슨 기준을 적용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실제 지난해 지역사 경영평가에서 에이(A) 등급을 받았던 광주·대구·부산·울산문화방송 경영자 모두 교체됐다. 김동철 전 대구 사장은 인사 하루 전 타계했고, 황희만 전 울산 사장은 본사 본부장으로 발령난 점을 고려해도 평가 결과와는 동떨어진 인사다. 반면 최하위 등급(C)을 받았던 청주와 제주 사장은 영전하거나 유임됐다. 문화방송 한 관계자는 “김 사장 본인이 가장 나쁜 평가를 받았던 청주문화방송 사장이었으니, 경영평가를 주요 인사 잣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모임 참석 예정인 한 전직 사장은 “경영을 잘해도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역사 사장들은 경영에 집중하기보다 본사 사장의 동향에 안테나를 세우고 그의 눈치만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참석 예정자는 “이번 사태는 한국 언론사에 기록될 만한 일로, 우리가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물론 <한겨레>와 통화한 전직 사장들 중엔 의견 표명을 회피하거나, “인사권자의 권한이니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견해도 있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짙어지는 ‘큰집’ 개입 의혹


권력기관의 <문화방송>(MBC) 인사 개입 시사 발언으로 퇴진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실언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의 부인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이사장이 심장병) 약 기운에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동아> 쪽은 21일 김 전 이사장이 기사에 쓴 대로 ‘큰집’을 권력기관의 의미로 썼다고 확인했다. <동아일보>도 20일치 지면에서 “신동아 측은 ‘김우룡 이사장 인터뷰는 기사화를 전제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발언 내용은 가감 없이 전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보수언론단체인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조차 21일 성명을 내어 “김 전 이사장이 엠비시 인사에 ‘큰집’의 역할과 함께 자신의 역할을 은근히 자랑삼아 과시한 것으로 볼 때, 전혀 근거 없이 상상력으로 지어낸 말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좀더 적극 해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사실 2009년 8월 8기 방문진 이사회 출범 이후, 문화방송 인사와 관련해 외부에서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여러차례 제기됐다.

지난 1월 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를 보도본부장에 내정했다가 이사회 직전 뒤집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방문진 이사들 말을 종합하면 1월9일 김 전 이사장과 엄기영 전 사장이 합의를 했으나 10일 오전 김 전 이사장이 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종용했고, 11일 예정된 이사회도 돌연 취소했다.

‘신동아’쪽 “김우룡 발언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
‘권재홍 내정’ 합의 번복…여당이사 ‘표심’ 돌변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김 전 이사장이)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 될 수도 있다. 걸림돌이 많다’고 얘기한 뒤, 방문진 이사들에게는 ‘평양 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인사안 철회를) 기정사실화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이 크다고 밝혔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합의 파기에는 청와대와 무척 가까운 목회자가 다른 간부를 보도본부장으로 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방문진 이사들에 따르면, 당시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도 구영회 후보를 지지하는 의견이 있어 김재철 후보로 표가 확연히 쏠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는 야당 이사들이 기권한 상태에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4 대 2의 결과가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2차 결선투표에선 김 후보가 5표를 얻어 1표를 얻은 구 후보를 제쳤다. 한 방문진 야당 쪽 이사는 “외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는지, 여당 이사 가운데 한 명이 1차 투표에서 반대했다 2차 투표에서 안 되겠다 싶어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 선임이 사실상 ‘낙점’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전영배씨를 문화방송 기획조정실장으로 선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전씨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고교 1년 선배이자, 서울대 동문이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가 중도하차할 당시 보도국장이었다. 당시 문화방송 기자들은 전 국장의 보도 방침에 항의하며 제작거부 등으로 맞섰고, 이 와중에 전씨는 국장직에서 물러났다. 문화방송 기자협회 관계자는 “보도 공정성을 지키지 못해 이미 퇴출당한 사람을 김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기조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정상적인 처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의혹은 지금까지 계속 있어 왔고, 그것이 김 전 이사장 인터뷰로 사실로 확인된 것이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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