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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1%의 영감이 재력으로 바뀌는 세상

등록 2010-03-22 14:26

보통사람에 비하여 극히 뛰어난 정신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진 사람. 천재(천재, genius)에 대한 정의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에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을 노력을 많이 하면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에디슨이 말하려 했던 바는 정반대였다. 그의 진심은 아무리 노력해도 1%의 영감이 없다면 절대 천재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었단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천재는 타고난다는 것이다. 즉 천재 DNA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노력하면 천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배운다. 심리학자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누구라도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면 한 분야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차르트도 처음부터 뛰어나지는 않았다. 걸작으로 통하는 협주곡 9번은 그가 스물한 살 때 쓴 작품이다. 협주곡을 짓기 시작한 지 10년이 흐른 후였다. 글래드웰은 연습량에 따라 천재의 수준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엘리트 가운데 1만 시간을 채우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반면, 그냥 잘하는 사람들은 8천 시간 남짓을 연습한단다. 남들을 취미로 지도할 정도의 사람들은 대략 4천 시간 정도에서 그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凡人들도 타고난 재능이 없이도 피나게 노력해서 천재가 되리라는 꿈을 품어도 좋겠다.

이 두 주장을 아우르는 견해도 있다. 즉 천재는 태어나지만, 천재가 태어날 확률이 놓은 환경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IQ를 창안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인 미국의 심리학자 L.M 터먼은 優秀兒를 조사하여 그 가정의 특징을 밝혔다. 그는 지능검사에 의해 천재를 양적으로 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오늘날 천재를 지능분포의 위쪽 극(極)으로 생각하고, 지능지수(IQ) 140 이상을 천재(일반적으로는 수재라 하고 150을 넘으면 천재하고 함)로 보게 된 것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터먼은 2세부터 14세까지의 지능지수 140 이상의 아동에 대해 조사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이들 아동의 가정은 중류 이상의 사회적 위치에 있고, 양친의 교양도 높다. 또 천재아는 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건강 ·체격 ·정서성에서도 보통아 이상이었다고 보고하였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천재를 꼽아보면 역시 일반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인 과학, 철학, 예술분야에 많다.

과학분야에서 보면 고대 그리스의 수학,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에서부터 중세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발명가 에디슨 그리고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등을 들 수 있다. 예술가로는 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천재음악가 모짜르트, 독일의 (극)작가 괴테를, 철학자로는 영국의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과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을 꼽을 수 있다.

근래에 와서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이나 성과를 올린 사람들에게 천재라는 말을 관성적으로 붙이는데 축구의 마라도나, 체스 챔피언인 미국의 피셔, 컴퓨터계의 두 거장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옛날의 천재들이 인류 역사에 남긴 족적과 비교하면 아직은 그 무게감이 덜 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주 김중수 주(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되면서 그의 프로필이 소개되었는데, 정운찬 총리,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라 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의 화려한 이력이 그가 보통사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숫자 ‘3’을 좋아해서 그런지 천재도 2대 천재, 4대 천재가 아니고 3대 천재다. 일제시대에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無情)’을 쓴 소설가 이광수와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진흥왕순수비를 발견한 최남선을 먼저 꼽는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일제시대 최대의 장편 역사소설인 ‘임꺽정’을 쓰고, 8.15광복 후 월북한 홍명희다. 이 셋은 당시 최고의 문학가이자, 사상가, 정치가로 세상에 두각을 나타낸 것이 모두 10대 때였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에 모두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는 것이고, 그 실력 또한 두드러져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떤 이는 홍명희 대신 함석헌 선생의 오산학교 스승이자, "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이다." 라며 이른바 일원다교(一元多敎)를 주장한 다석(多夕) 류영모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또 3대 천재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목포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고를 졸업하고 현재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거론되는 사람으로는 故 김대중 前대통령과 유선호 현 국회의원, 검찰총장을 지낸 신승남 변호사, 바둑에서 입신의 경지에 오른 조훈현 9단, 시인 김지하 씨 등이다. 이런 이야기에는 정답이 없는 관계로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목표의 3대 천재는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보통의 자녀를 둔 우리네 부모들에게는 위 천재들이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교육이 자녀를 천재로 만들 수는 없지만 보통의 범주를 뛰어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고액의 집중적인 사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떠먹여준다.(실제로 그 지식과 능력이 갖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스케줄을 일일이 챙기며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아이를 나르는 우리네 학부모들을 떠올리면 되겠다. 반면,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집은 학교에서의 학습에만 의지한다. 아이가 스스로 지식과 능력을 길러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쪽은 온실이고 한 쪽은 야생이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온실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에디슨이 말한 1%의 영감이 재능보다는 재력에 가까워지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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