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법정스님의 유언으로 서점가에서 '무소유' 품귀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무소유' 중고책 한 권의 경매가가 21억원까지 치솟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22일 오후 4시30분 현재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www.auction.co.kr)에는 새 책의 정가가 8천원인 '무소유' 중고책 한 권의 입찰가가 21억원까지 올라 있다.
입찰가는 18일 밤 1천원에서 출발했으나 20일 오후 39만원, 80만원으로 치솟았고, 21일 오전 느닷없이 9억원이 제시된 데 이어 22일에는 21억원까지 올랐다. 마감까지 이틀 남은 현재까지 총 입찰수는 25차례다.
입찰자가 낙찰된 이후에 구매를 거부하면 옥션 사이트에서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금전적인 손해는 없어, '무소유'를 실제로 수십억 원에 구매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옥션 이용자들 역시 "장난 입찰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경매 장난도 어느 정도지 이게 뭔가?"라며 "정 원한다면 적당한 가격으로 경매를 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과열 양상을 띠는 것 같아 판매자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고 있다"며 "고액 입찰자들에게도 실제 거래 의사가 없으면 입찰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우리가 임의로 내릴 수는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무소유'는 옥션에서 낮게는 2만∼3만원, 높게는 10만∼15만원에 여러 권 나와 있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헌책방인 '알라딘 중고샵'에서도 최저 3만5천원, 최고 30만원에 나와 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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