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2006년 12월20일 오찬 당시 돈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오는 상황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곽영욱 “머리 숙인채로 의자에 돈봉투 놔”
변호인 “수행원 눈에 띄지 않았을리 있나”
변호인 “수행원 눈에 띄지 않았을리 있나”
오찬장 퇴장 재연 ‘검찰 13초’-‘변호인 15초’ 걸려
양쪽, 식탁 위치까지 정확한지 따져가며 ‘신경전’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이 사상 처음으로 현장검증의 장소가 됐다.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판에서 돈이 오갔다는 2006년 12월20일 오찬 상황을 3시간에 걸쳐 재연해본 이날 검증에서는 검찰과 변호인들이 시종일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검증의 하이라이트인 오찬장 내부 상황은 변호인단이 먼저 대역을 써 재연했다. 당시 오찬장은 현재 총리의 집무실로 쓰이고 있는데, 검찰이 오찬장으로 다시 꾸며놓은 상태였다. 오찬이 끝난 뒤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먼저 일어서서 나가고,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하고만 있는 상태에서 돈을 식탁 의자에 놓고 나오는 데는 15초가 걸렸다. 곽 전 사장은 “일어서면서 숙인 채로 (각각 3만달러, 2만달러가 든) 봉투 하나씩 꺼내서 의자에 뒀다. 테이블 방향으로 겹치지 않게 뒀다”고 설명했다. 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총리님이 (나보다) 좀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곽 전 사장이 나오는 데 15초가 걸렸다면, 수행원들이 이를 목격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직전 검증절차에서는 오찬장 문에서 7m 떨어진 소파에 강아무개 당시 수행과장이 대기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오찬 참석자 중 누군가가 먼저 나가면 수행과장이나 경호원이 오찬장으로 들어가는 데 5초밖에 안 걸린다는 것이다. 검사들이 직접 대역으로 나선 검찰의 검증 순서에서는 강동석 전 장관이 먼저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늦게 나온 한 전 총리가 현관에 이르는 데 13초 차이가 났다. 돈을 주고받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검찰은 특히 한 전 총리가 돈을 집어 자신이 앉았던 의자 바로 뒤에 있는 서랍장에 넣는다는 추측을 시연해 보였다. 이를 본 한 전 총리는 “저 서랍장은 쓴 적도 없는데…”라고 주변에 속삭이듯 말하기도 했다.
총리공관 현장검증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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