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한국인 아니었는데…
영주귀국 동포 ‘우편저금 반환’ 소송서 밝혀
영주귀국 동포 ‘우편저금 반환’ 소송서 밝혀
일제의 강점 시절 사할린에 징용 등으로 끌려갔다 잔류한 뒤, 뒤늦게 우리나라에 영주귀국한 동포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우편저금 반환’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사할린 잔류 한국·조선인 우편저금 등 보상청구소송 변호인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지방재판소 민사합의32부에 제출한 소송 준비서류에서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점에선가 한국국적 취득이 확인된 자는 1965년 6월22일 (한일협정 체결) 시점에 재산권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990년대 이후 한국 국적을 회복한 사실이 확인된 원고들은 우편저금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곧 1심 판결을 내릴 법원이 일본 정부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할린 동포들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한국인’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일본 정부의 해석은 남북한이 남한 주도로 통일되는 경우, 현재의 북한 주민도 개인청구권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사할린에서 영주귀국한 김아무개씨 등 11명은 “징용으로 끌려가 일하고 있을 때, 일제는 우편저금 등에 넣는다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적립돼 있는 우편저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돌려달라”고 지난 2007년 9월 소송을 냈다. 사할린 동포들이 우편저금에 넣어둔 돈은 1997년 현재 59만 계좌, 1억8700만엔(약 23억원)으로 확인된 바 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사할린 한인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 1965년 청구권 협정과 상관없이 존속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이용인 기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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