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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 전 총리, 두툼한 돈 봉투 허벅지에 숨겼나

등록 2010-03-23 14:21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시사장악퀴즈
느닷 없는 ‘머리만 있다면!’, 누구 위한 노래?
국가‘비’정상화추진위원회, 정신정상화부터

작가 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이렇게 ‘웃기는 프로그램’ 은 처음이다. 나 역시 ‘생계형 시사평론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계형 작가’임을 자처한다. 대한민국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초 명품(?) 다큐멘터리부터 뒤집어지는 콩트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안 해 본 게 없는데, ‘시사장악퀴즈’처럼 웃기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내가 원고를 너무 웃기게 써 웃기는 게 아니라 세상이 웃기고, 진행자들이 웃기고, 출연자들이 웃겨서, 웃기는 프로그램이라, 더 웃긴다.

장악퀴즈에 출연하고 싶으면, 이렇게!

여러 번 출연 요청을 했으나 말이 너무 짧아 번번이 출연이 좌절된 시청자가 있었다. 장악퀴즈 출연 신청을 하려는 분들에게 다소 팁이 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출연 신청시, 재미나고 독특한 개성이나 재치있는 이야기로 제작진의 관심을 끄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연락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지 무지 출연하고 싶어요~! 열혈 시청자이니 제발 출연 좀 시켜 주세요~!”라고 딱 한 줄 적어 보내거나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안 적어 주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선택받기 어렵다.

그런데 지극한 열망에 하늘이 감동(?)하셨는지, 유난히 불쌍한 척을 하는 이분을, ‘이번 라피자 특집 공개방송에 초대해야겠다’는 측은지심(?)이 불현듯 일어난 거다. 김 작가는 드디어, 말 짧은 분을 향한 행운의 수화기를 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행운은 장악퀴즈 대박의 행운으로 이어졌다.

노래도 노래지만 소심하게 날린 멘트 더 예술

수화기로 넘어온 말이 유난히 짧았던 출연 신청자는 실제로도 그리 말이 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가 실소와 허탈감을 자아내며 은근히 뒤끝 있는 개그를 치는, 오묘한 재주를 가진 분이었다. 은근히 웃기는 분이란 말씀이다. 그런데 그분의 다급한 동반 출연 요청에, 우정의 이름으로 라피자 녹화장을 찾아준 친구는 더 대박이었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나 장악퀴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바쁘게 살고 있는 현역 뮤지컬 배우라는 그분, 발성법부터가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장악퀴즈 출연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수 편을 감상하시는 벼락치기도 감행하셨다고 한다. 곱상하신 외모와는 달리, 묵직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장악퀴즈 신입생다운 동문서답 날려 주더니, 급기야 김용민씨를 능가하는 개인기를 선보인다. 장악퀴즈 최초로 출연자가 녹화 도중 노래를 부른 것이다. 순진한 눈망울, 우렁찬 목소리로 ‘머리만 있다면! 내게도 머리만 있다면!’이라는 뮤지컬 곡을 열창하는데, 제작진과 라피자 관계자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쓰러졌다.


왜 그랬을까?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노래도 노래지만 소심하게 날린 마무리 멘트는 더 예술이다. 역시, 고스톱도 처음 하는 사람이 다 따기 마련이고, 초보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무조건 ‘이 골프채 이명박 대통령 드리려고’라고 해야겠다

이제 본격적인 문제로 들어간다. 이번 시사 장악퀴즈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 대한 이야기로 ‘초대박’ 웃음꽃이 피었다. “아니! 핸드백도 안 들고, 꼭 끼고 주머니도 없는 정장을 입었던 한명숙 전 총리가, 그 두툼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돈 봉투를 사람들 앞에서 받아, 어떻게 챙겨들고 갔다는 거야? 허벅지에 숨겨서라도 갔다는 거야?” 김어준 총수가 침을 튀어가며 버럭 하시는 말씀에 다들 자지러진다. 꼽사리로 녹화 구경을 하게 된, 라피자의 주방 아르바이트 청년마저 뒤로 넘어간다.

김용민씨도 지지 않고 딴죽을 건다. “저도 앞으로 골프채 같은 것 사면서, 무조건 ‘이 골프채 이명박 대통령 드리려고’라고 해야겠어요. 말로만 그래도 다 증거가 되고 골프채 상납한 것이 되는데…. 그래야겠어요. 정말!” 역시 환상의 시사 입심 커플이다.

나도 그 100인 친북반국가행위자 명단에 좀 껴주지

김어준 총수가 먼저 아쉬움을 토로한다. “나도 당신들이 만든 명단에 끼고 싶다!”

‘국가정상화 추진 위원회’라는 단체가 최근 진보인사 100명을 친북 반국가 행위자라며 인명사전을 냈다. “국가‘비’정상화위원회야. ‘비’자가 하나 빠졌어요!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런데 그 100인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들이신지! 나도 좀 껴 주지! 나도 그 명단에 들고 싶더라고….”

한 전 총리 재판에 이어 연달아 흥분한 김어준 총수의 달변에, 라피자 주방 아르바이트 학생은 급기야, 웃느라 허리를 펴지 못했다.

자, 그럼 이번 시간에도 두 문제를 공개한다. 방송을 보기 전에 풀어보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의 실제 문제는 이렇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이 점입가경입니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 기소 내용 중에 꼴이 우습게 된 것이 적지 않은 데요. 아닌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1번, 한 전 총리가 곽씨에게서 골프채를 받았다.
2번, 한 전 총리가 곽씨에게서 5만 달러를 직접 받았다.
3번, 한 전 총리는 이 돈을 라피자 박스로 받았다.
4번, 한 전 총리가 ‘좋은 자리’를 곽씨에게 약속했다.
5번, 한 전 총리가 ‘곽 씨를 잘 봐달라’라고 했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진보 인사 100명을 친북 반국가 행위자로 꼽았습니다. 이 단체의 위원장은 고영주씨였는데요. 이 사람은 1981년 부산지역 민주인사들을 이적 표현물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정부 전복집단으로 매도한 부림 사건의 검사였습니다. 당시 사건의 변호사는 누구였을까요?
1번, 박원순.
2번, 한승헌.
3번, 전원책.
4번, 노무현.
5번, 나경원.

※ 라피자 촬영 후기

지난 번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라피자의 웰빙 음식들을 너무도 좋아하시는 김어준 총수님. 평소에는 녹화를 마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더니, 이 날은 피자, 파스타, 와인의 향연을 오래도록 즐겼다. 35 만에 육박하는 클릭을 기록 중인, 초대박 발언의 주인공 지난주 출연자 커플도 와인을 들고 합류해 더욱 즐거운 뒤풀이가 되었다.

결국, 이렇게 ‘무개념 시사 버라이어티쇼’ 장악퀴즈는 음식 및 요리 관련 프로그램으로까지 흘러가려나? 실제로 김용민씨는 이번 시사장악퀴즈에서 쉐프 모자와 넥타이 차림에, 피자판 문제들을 들고 더욱 익살스런 면모를 과시한다. 이상, ‘김 작가의 장악퀴즈 장수만세!’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시사장악퀴즈’ 김 작가 cctv@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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