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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일, 식민지 근대화 등 이견 못좁혀

등록 2010-03-23 21:58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최종보고서 내용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최종보고서 내용
2기 역사공동위 결과 발표
일, 임나일본부·조선인 왜구설 등 ‘부적절’ 인정
강제병합·위안부 등 근현대사 쟁점은 논의못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07년 6월 출범한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공동연구위)가 2년 6개월 동안의 공식활동을 마치고 23일 최종 보고서를 냈다. 양국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위는 2기 활동에서도 역사 인식에 대한 양국 사이의 깊은 골을 거듭 확인했지만, 몇몇 분야의 ‘역사 왜곡’에선 일본 쪽 학자들의 시인을 끌어내 1기에 비해 진전된 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선, 일본의 고대국가인 야마토 정권이 4~6세기에 오늘날 경남 김해 일대의 임나(가야) 지역까지 진출해 실권을 행사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일본 역사학자들은 “한반도에서 왜인의 활동 흔적은 여러 곳에서 인정되지만, 왜국의 영토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일본 역사학자들은 “(당시) 왜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 전개를 했다는 이해에도 재검토와 정정이 필요하다”고 시인했다. 공동연구위 한국 쪽 위원장인 조광 고려대 교수는 “양국 학자들이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일본 학자들은 14~15세기 왜구의 주요 구성원이 이키·쓰시마 지역의 해민과 영주 중심이라는 사실에도 동의했다. 일본의 후소사판 교과서는 왜구의 구성원에 조선인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감한 쟁점이 많은 개항 이후의 근현대사 부분에 대해선 양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 학자들은 “식민지 경제의 중요한 특징은 관세와 금융주권이 부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학자는 “식민지 조선에 관한 국민 경제 지표는 검토 가능한 형태로 제시돼 있다”며 에둘러 식민지 시대에 조선의 근대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일본 학자들은 조선에서의 일본어 사용이 근대화의 실현으로 연결됐다거나 일제 전시체제에서 일본 정부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강제 연행한 사실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을사늑약이 황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던 고종 황제에 의해 주도됐다고 강변한 일본 학자도 있었다.

양국 역사학자들의 공동연구는 ‘역사와의 대화’라는 큰 의미가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한일 강제병합이나 일제 강점기 군대 위안부 문제 등 양국의 민감한 쟁점은 2기에서 논의 주제로 선정되지 못했다. 또 양국 역사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교과서나 정부 문서에 ‘의무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3기 공동연구위의 출범 여부도 불투명하다. 공동연구위의 한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2기 연구 결과에 대해 일본의 우익 세력이 반발할 수도 있어 출범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역사학계 “예상된 결과”

근현대사 이해관계 첨예…토론자체 불가능
두 나라 관점·논리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

23일 발표된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대해 역사학계는 대체로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증된 사서와 사료에 기초해 비교적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한 고대·중세사 분야와는 달리 현재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근현대사 영역은 애초부터 정치를 배제한 순수학문적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 두 나라 역사학계가 어떤 관점과 사실에 근거해 논리를 펼쳐나가는지를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근현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견 접근이 쉬웠지만, 고대·중세사 분야 역시 두 나라 학계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주장을 펴는 사안에 대해선 공감이 쉽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통일신라와 일본의 관계에 대한 기술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대표적인 예다. 전덕재 경주대 교수는 “신라-일본 관계의 경우, 양쪽 학자들 모두 객관적 사료와 당대 관례에 대한 합리적 해석에 근거한 주장을 펴고 있어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처럼 경합하는 주장 모두가 나름의 근거와 논리에 기반해 있는 만큼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은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원호 동국대 연구교수는 이런 사례로 조선통신사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일본 학계는 도쿠가와 막부 이래 일본이 중화 체제에서 독립해 독자적 패권 질서를 구축했다는 관점”이라며 “이들 입장에서 통신사가 대일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우리 쪽 입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역사인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위원회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임나일본부설 폐기에 합의했다’는 대목도 회의적인 의견이 없지 않다. 신경철 부산대 교수(고고학)는 “양국 정부의 후원 모임에서 합의했다 해도 학계, 특히 일본 학계에서 이것을 얼마나 수긍할지는 미지수”라며 “선언적 의미는 있겠지만 실질적 구속력을 갖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원회에 참여한 다른 인사도 “일본 쪽 참가자들이 ‘임나일본부’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고 수긍했을 뿐, 일본 세력이 한반도 남부에 거점을 구축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그러나 역사적 쟁점을 두고 양측이 ‘합의했다’ ‘합의하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에 참여한 또다른 학자는 “역사란 서로 다른 지평에서 사료를 해석하는 행위”라며 “상대방의 해석에 교감하고 이해할 수는 있어도 ‘뜻이 일치한다’는 것은 역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의 입장을 확인하고 차이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역시 진정한 상호이해의 필수불가결한 단계란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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