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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사 지으라더니 다 파헤쳐” 농민들 분통

등록 2010-03-25 19:53

낙동강 사업 구역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의 주민들이 25일 아침 낙동강가 둔치에서 자신의 감자밭이 강제로 파헤쳐지는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낙동강 사업 구역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의 주민들이 25일 아침 낙동강가 둔치에서 자신의 감자밭이 강제로 파헤쳐지는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현장] 4대강사업 낙동강 둔치 감자밭 강제철거




“6월까지 가능” 말한 업체
알고보니 다른 구역 맡아
강둑 안내판도 혼란 초래
농민들 “정부가 책임져야”

25일 새벽 낙동강살리기 사업 15공구와 16공구가 겹치는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변 둔치. 중장비를 앞세운 인부들이 52만여㎡의 들판 가득 줄지어 늘어선 감자밭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불과 세 시간만에 7만여㎡ 감자밭이 황토빛 속살을 드러냈다. 이제 막 새싹이 돋기 시작한 감자밭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헐레벌떡 달려왔지만, 길목마다 배치된 경찰에 막혀 강둑 위에서 쑥대밭이 되는 현장을 망연자실한 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 동안 밭을 갈고 감자모종을 심었다는 마을주민 최인규(61)씨는 “6월10일까지 농사짓는 것을 허용한다고 해서 심었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렇게 파헤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게 정말 낙동강을 살리겠다고 나라가 하는 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명례리 도암마을 김상곤 이장도 “지난달말에 15공구 책임자가 ‘6월10일까지는 농사를 지어도 좋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그때까지는 농사를 지어도 된다고 두 차례나 마을방송으로 알렸다”며 “농사를 지으면 안 된다고 했다면 마을 주민 모두가 한꺼번에 이렇게 감자를 심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감자밭을 밀어버린 것은 둔치가 있는 16공구 공사를 맡은 업체였다. 16공구 책임자는 “다같은 명례리 앞 들판이라고 해도 낙동강과 낙동강변은 15공구, 둔치는 16공구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15공구 책임자가 둔치에서 농사짓는 것을 허용할 권한이 없다”며 “오늘은 당장 다음달부터 준설토 쌓을 곳만 밀어냈지만, 6월말까지 나머지 모든 밭을 단계적으로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5공구 책임자는 “주민들이 나에게 농사를 지어도 되냐고 묻기에, 15공구는 당장 공사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내가 맡은 곳이 아닌 16공구에 대해서는 내가 농사를 지으라 마라 한 일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이날 감자밭을 강제로 밀어낸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도암마을 강둑에는 낙동강살리기 사업 15공구 현장임을 알리는 대형 안내판에 세워져 있었다.

마을주민 이기봉(53)씨는 “15공구 책임자가 당분간 농사를 지어도 좋다고 마을 이장에게 말할 때 나도 그 자리에서 함께 그 말을 들었다”며 “우리 마을 앞 들판이 16공구라는 것은 오늘 처음 듣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원오 밀양시 하천경작자 생계대책위원장은 “6월10일 이후에도 주민들이 농토를 비워주지 않을까봐, 농사를 허용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강제로 감자밭을 밀어낸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체만 내세워 모른 척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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