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자리에 앉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사흘만에 나타난 안대표 “집시법 개정” 목청
25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층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실. ‘봉은사 직영 외압 파문’의 주역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응 원칙’을 천명하고 잠행한 지 사흘만이었다. 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 악수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정부가 세종시 발전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므로 결국 국회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세종시 수정법안의 국회상정 시기에 대한 의견을 밝힌 그는 곧 ‘민생치안 공백론’을 앞세워 ‘밤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집시법 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실기하면 1년 365일 밤낮으로 집회가 가능한 입법 공백, 치안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24시간 집회와 시위로 넘쳐난다면 경찰력이 야간집회 시위에 투입되어야 하고,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봉은사 외압 의혹엔 입을 닫았다. 사과나 해명은 물론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안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날 때까지 봉은사의 봉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런 처신을 지켜본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의 발언이 실제 조계사의 ‘봉은사 직영 결정’의 외압으로 작용했건 아니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그게 도대체 무슨 처신이냐. 집권 여당 대표로 언행을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가톨릭 신자인 안 원내대표가 다니는 경기도 의왕시의 오전동 성당(천주교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전합수 주임신부도 안 원내대표의 성찰과 회개를 주문했다. 전 신부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가끔 볼 때 ‘자꾸 좌우를 가르지 말고 화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통합적인 표현을 해달라’고 말했는데, 좌우를 가르고 사회를 가르는 발언과 표현을 써 안타깝다”며 “이 문제는 안 의원 스스로 기도하고 회개하고 성찰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신부는 지난 23일 미사에서 안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을 소개한 뒤 신도들과 함께 참회와 반성, 회개를 바라는 기도를 한 바 있다. 신승근 김기성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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