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하(55·강원 횡성군 종합사회복지관장) 신부
농어촌복지포럼 공동대표 배은하 신부
“우리의 농어촌은 치료가 필요한데도 방치돼 있는 병든 몸 같습니다. 농어촌 현실에 맞는 복지정책이 필요합니다.” 26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출범식을 연 ‘농어촌복지포럼’의 공동대표 배은하(55·사진·강원 횡성군 종합사회복지관장) 신부는 지금의 농어촌 상황을 ‘병든 몸’에 비유했다. 그의 눈에 비친 농어촌은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 가난에 허덕이며,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찾을 수 없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운명’이라 생각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2008년 7월 ‘횡성포럼’을 시작으로 전남 해남, 경남 거창, 강원 정선, 경북 문경, 충북 보은에서 활동하는 복지담당자들과 학자들에게 힘을 합쳐 농어촌 복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농어촌 복지포럼’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복지), 정명채 전 한국농업대학장과 배 신부가 공동 대표를 맡았다. 농어촌으로 특화된 복지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농촌에서는 60대가 청년층입니다. 또 다문화가족과 독거노인이 마을의 다수를 차지하죠. 인구밀도·교통 등 도시와 농어촌은 생활환경이 너무도 다른데, 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은 별 차별성이 없었어요.” 배 신부는 “농어촌의 복지정책은 늘 몸에 맞지 않은 옷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복지포럼은 현실성 있는 정책을 위해 복지공동체운동과 농어촌 복지 활동가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배 신부는 자신감이 넘쳤다. 희망을 일궈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횡성군의 9개 읍·면 가운데 5곳에서 주민들을 모아 ‘농촌복지지도자대학’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자 독거노인을 돌보고, 방과후학교를 진행하는 등 주민들이 스스로 ‘복지전도사’가 된 것이다.
배 신부는 “농협·보건소·파출소·부녀회 등 농어촌마다 있는 조직과 마을 주민들이 연계를 하면, 복지정책을 펼치는 데 효율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사진 농어촌복지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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