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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0만원 시간강사의 ‘등록금 낮추기’ 실험

등록 2010-03-26 20:51

임성윤(45)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 분회장
임성윤(45)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 분회장
임성윤 성대 노조 분회장
‘강의료 5% 덜 받기’ 운동
솔선수범해 현실 바꾸기
“2/3 찬성땐 학교에 제안”




“시간강사들이라도 강의료를 깎으면 세상이 달라질까요?”

임성윤(45·사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 분회장은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성균관대 ‘비정규 교수’(시간강사) 80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료 5%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가올 올해 임금협상에서 ‘강의료를 올려달라는 게 아니라 반대로 5% 깎자고 학교 쪽에 요구하는 게 어떠냐’고 동료 비정규 교수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도발적인 제안에 주변에선 “신선한 시도”라는 격려부터, “강의료 인상은 하지 못할망정…”이라는 반대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임 분회장이 이런 역발상을 하게 된 이유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쪽이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성대의 강의료가 전국에서 제일 높다’는 논리로 학생들의 요구를 비켜가더군요. 그건 옳지 않죠. 어차피 강의료는 대학의 전체 인건비 중에서 3.3% 수준에 불과하거든요.” 임 분회장은 “학교의 주장대로라면 ‘전국 제일 수준이라는 강의료를 깎으면 등록금도 깎아줄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부담도 크다.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성균관대의 강의료는 한 시간에 5만6000원이다. 다른 주요 대학들에 견줘 10% 정도 많다. 그렇지만 한 주에 평균 4.5시간 강의하는 비정규 교수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여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1년에 강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32주로, 부업이 없다면 20주의 시간을 실업 상태로 지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제안을 “사회를 바꾸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대학은 이미 ‘거대한 공룡’으로 변했다. 대학 등록금은 20년 전에 비해 5배 정도 올라 1000만원에 가까워졌지만, 전임 교원의 비율은 여전히 60% 안팎이고, 교육 여건도 딱히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자퇴를 선언한 고려대생 김예슬씨 사례에서 보듯, 과도한 등록금 부담을 지고 경쟁을 강요당하는 학생들은 대학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당장 강사료를 1000~2000원 올린다고 열악한 비정규 교수들의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는 대신 대학의 소수자이자 약자인 비정규 교수들이 솔선수범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 분회장은 “정규직 교수들과 교직원들도 자신의 일터에서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 분회장의 작은 실험은 아직 안갯속이다. 그의 제안에 지금까지 답신을 보낸 60여명 중에서 찬성과 반대는 6 대 4 정도다. 임 분회장은 나머지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찬성이 3분의 2 이상 정도면 임금협상에서 ‘강의료 5% 인하’를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그는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꼭 잘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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