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0일 2억6천만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2천여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특경가법상재산국외도피 등)로 기소된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2천749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2억6천만달러의 외화 중 1억달러 부분은 무효인 법조항에 근거해 판단이 이뤄진 만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됐으므로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1억6천만달러 부분에 대해 적용한 법조항도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 등에 비춰 범죄행위가 충분히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심리의 필요성을 적시,상황에 따라 무죄가 선고될 여지가 있다.
특히 외화밀반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에게 그 액수만큼 원화로 환산해 추징토록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 전 회장은 최소 1억달러의 추징을 면하게 됐고 나머지 1억6천만달러도 무죄가 선고될 경우 아예 추징이 없어지게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1억달러 부분에 대해 `(당시) 재정경제원 장관의허가없이' 거래를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199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했으므로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억6천만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4조1항의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조항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 문구 역시 범죄행위를 충분히 특정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원심은 구체적으로 어느 법령을 위반했고 실제로 이 법령을위반한 것인지 심리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전 회장측이 제기한 나머지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원심의 판단이 적절했다며 기각했다. 최 전 회장은 1996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수입서류를 위조, 국내은행에서 수입대금 명목으로 미화 1억8천만달러를 대출받아 이 중 1억6천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상환능력이 없는 그룹 계열사에 1조2천여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이 사건과 별개로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 1억달러를 유출한 뒤 이중 8천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한혐의와 대한생명의 회사자금 172억원을 신동아학원과 자신의 부인이 이사장인 K재단에 기부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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