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묵고있는 곳의 동네 리틀야구시합을 구경하게 되었다. 내가 묵고 있는 곳은 엘에이 북쪽 교외의 베드타운으로 그냥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중산층 주택지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미국이라는 곳이 사는 지역만으로도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이 동네 인종구성을 어림잡아 보면, 백인이 80% 그 외에 아시아계가 약15%, 나머지는 히스패닉계인 것 같은데, 동네 꼬마야구팀에도 그 인종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했다. 암튼, 백인이 아주 많고 흑인은 전혀 없고 그 외의 인종은 가끔 눈에 띈다는 뜻이다.
지역마다 커다란 공원 운동장이 있어서, 나이별로 수많은 리틀 리그시합이 주중에도 치루어 지고 있는데, 내가 본 시합은 묵고있는 집 아이가 속한 8살 미만의 꼬맹이들 팀이었다.
아들이 초,중학교시절에 야구팀에 열심이었던 터라 미국아이들의 동네야구를 흥미롭게 관전하게 되었는데, 시작되기 전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더니, 시합 수준이, 투수의 컨트롤이나 미숙하기 짝이 없는 수비에, 한심할 정도이다.
8살 미만이라 이해하고 봐주려고 해도 도무지 게임이 진행되지를 않는다. 미국(!) 리틀리그라고 해서 뭔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내 마음은 실망과 함께 내색이야 할 수 없지만 슬슬 불만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20-30명정도의 엄마, 아빠, 누나, 동생으로 구성된 관중석 응원단의 레벨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박수에 휘슬에, 목청에.. 메이저리그나 일본의 한신타이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응원을 보고있나 착각할 정도였다.
--참 내, 난 재미없어 죽겠구만…
코치들도 열정적이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한참을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전략 지도를 하는 그 진지함이란.. --참 내, 너- 잘 못하면 알지? 하고 눈 한 번 부릅뜨면 애들이 다 알아서 잘 해줄텐데… 안타라도 치고 베이스를 밟을라 치면 코치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세워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 태세 지시로 공원이 떠나갈 것 같다. 그런데, 한 층 더 떠서,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 대는 것인가.. 투수가 어쩌다 스트라이크라도 던지면 칭찬, 안타나 포볼로 베이스에 진출했을 때에도 칭찬, 자기 앞으로 온 볼을 글로브로 잡았을 때에도 칭찬… --참 내, 당연한 것에 뭔 칭찬을 저렇게…투수의 사명은 스트라이크요, 타자의 사명은 안타요, 수비의 사명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스트럭 아웃을 당했을 때에도 칭찬을 한다. --아니… 칭찬은 잘했을 때에 하는 거 아닌가? 스트럭 아웃에 뭔 칭찬을?? 칭찬내용을 들어보니, 그래도 배팅 폼이 아주 좋았다거나, 공을 잘 보아주어 훌륭했다거나.. 수비가 뚤려서 점수가 나게 생겼는데도 칭찬을 한다. 그래도 점프를 잘 했다는둥.. 코치며 관중석이며 모두들 아이들의 칭찬거리를 찾아, 아니, 별의 별 구실을 다 만들어 아이들 이름을 외치며 칭찬을 해 댄다. 얼마나 칭찬을 들었던지 잠시 동안에 두 팀 아이들 이름을 전부 다 외울 뻔 했다. 진 팀, 이긴 팀이 갈리고 야구가 끝난 후, 간식을 받아들고 관중석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이들은 잠시 엄마들에게 칭찬세례를 받는다. 정말 잘 했다는 둥, 너의 폼은 지금까지 본 중에서 최고였다는 둥... 듣고 보니, 정말로 영어의 칭찬 표현은 구구절절 많기도 하다. 뭔가 발견이라도 한 것같아, 아들의 야구시절을 기억해 보았다. 일본 엄마들의 야구관전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소리를 내는 것보다 박수로 응원을 하는 경우가 많고 무언가 큰 일을 해낸 후의 칭찬보다는, 임하기 전에 격려를 한다. “감바레!감바레!(힘내!)” 그래도 스트럭 아웃을 당했을 때에는 미국엄마들 처럼은 칭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대신 위로와 그리고 격려로 아이들을 안심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수비에 실수가 있었을 경우에도, “다이죠오부, 다이죠오부(괜찮아)” 같이 시합에 임한 아이들끼리도 “돈마이! 돈마이! (don’t mind)” 해가며 서로 격려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일본엄마들은 칭찬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수다스러운 미국엄마들의 칭찬으로 내가 평소에 얼마나 칭찬에 인색했는가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입에바른 칭찬’ 이라 칭찬을 비하했으며, 칭찬은 커녕, 아이가 더 잘해 주지 못함을 탓하기가 일쑤였다. 못했을 때에는 '너 잘 만났다' 라는 식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어김없이 꾸짖어 주었다. 미국엄마들처럼, 잘 안되어주었을 때에도 그 중에서 잘 된 부분을 골라내어 칭찬을 해 주는 습관이 내게 없었음이 애석하게 생각되었다. 조금 더 아들에게 칭찬을 해 주었더라면 아들이 좀더 재미있게 그리고 더 열심히 야구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한다는 데, 그 말 듣고 더 잘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프로야구 시합만큼 재미가 없다고, 아들 야구 시합을 아들 일로 맡겨둔 것도 미안해 지기 시작했다. 미국엄마들처럼 법썩(?)을 떨 수야 없겠지만, 좀 더 열심히 가 주고 응원해 주었을 것을... 그렇게까지 비약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괜히 미국야구와 일본야구, 한국야구의 배경에 이런 엄마들이 버티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국아이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코치들도 열정적이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한참을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전략 지도를 하는 그 진지함이란.. --참 내, 너- 잘 못하면 알지? 하고 눈 한 번 부릅뜨면 애들이 다 알아서 잘 해줄텐데… 안타라도 치고 베이스를 밟을라 치면 코치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세워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 태세 지시로 공원이 떠나갈 것 같다. 그런데, 한 층 더 떠서,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 대는 것인가.. 투수가 어쩌다 스트라이크라도 던지면 칭찬, 안타나 포볼로 베이스에 진출했을 때에도 칭찬, 자기 앞으로 온 볼을 글로브로 잡았을 때에도 칭찬… --참 내, 당연한 것에 뭔 칭찬을 저렇게…투수의 사명은 스트라이크요, 타자의 사명은 안타요, 수비의 사명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스트럭 아웃을 당했을 때에도 칭찬을 한다. --아니… 칭찬은 잘했을 때에 하는 거 아닌가? 스트럭 아웃에 뭔 칭찬을?? 칭찬내용을 들어보니, 그래도 배팅 폼이 아주 좋았다거나, 공을 잘 보아주어 훌륭했다거나.. 수비가 뚤려서 점수가 나게 생겼는데도 칭찬을 한다. 그래도 점프를 잘 했다는둥.. 코치며 관중석이며 모두들 아이들의 칭찬거리를 찾아, 아니, 별의 별 구실을 다 만들어 아이들 이름을 외치며 칭찬을 해 댄다. 얼마나 칭찬을 들었던지 잠시 동안에 두 팀 아이들 이름을 전부 다 외울 뻔 했다. 진 팀, 이긴 팀이 갈리고 야구가 끝난 후, 간식을 받아들고 관중석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이들은 잠시 엄마들에게 칭찬세례를 받는다. 정말 잘 했다는 둥, 너의 폼은 지금까지 본 중에서 최고였다는 둥... 듣고 보니, 정말로 영어의 칭찬 표현은 구구절절 많기도 하다. 뭔가 발견이라도 한 것같아, 아들의 야구시절을 기억해 보았다. 일본 엄마들의 야구관전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소리를 내는 것보다 박수로 응원을 하는 경우가 많고 무언가 큰 일을 해낸 후의 칭찬보다는, 임하기 전에 격려를 한다. “감바레!감바레!(힘내!)” 그래도 스트럭 아웃을 당했을 때에는 미국엄마들 처럼은 칭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대신 위로와 그리고 격려로 아이들을 안심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수비에 실수가 있었을 경우에도, “다이죠오부, 다이죠오부(괜찮아)” 같이 시합에 임한 아이들끼리도 “돈마이! 돈마이! (don’t mind)” 해가며 서로 격려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일본엄마들은 칭찬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수다스러운 미국엄마들의 칭찬으로 내가 평소에 얼마나 칭찬에 인색했는가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입에바른 칭찬’ 이라 칭찬을 비하했으며, 칭찬은 커녕, 아이가 더 잘해 주지 못함을 탓하기가 일쑤였다. 못했을 때에는 '너 잘 만났다' 라는 식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어김없이 꾸짖어 주었다. 미국엄마들처럼, 잘 안되어주었을 때에도 그 중에서 잘 된 부분을 골라내어 칭찬을 해 주는 습관이 내게 없었음이 애석하게 생각되었다. 조금 더 아들에게 칭찬을 해 주었더라면 아들이 좀더 재미있게 그리고 더 열심히 야구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한다는 데, 그 말 듣고 더 잘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프로야구 시합만큼 재미가 없다고, 아들 야구 시합을 아들 일로 맡겨둔 것도 미안해 지기 시작했다. 미국엄마들처럼 법썩(?)을 떨 수야 없겠지만, 좀 더 열심히 가 주고 응원해 주었을 것을... 그렇게까지 비약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괜히 미국야구와 일본야구, 한국야구의 배경에 이런 엄마들이 버티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국아이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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