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식(39) 감독
독립영화 감독 태준식씨 ‘쌍용차 사태’ 다큐내놔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전쟁을 치르잖아요. 해고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느끼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치유를 받길 바랐어요.” 지난해 여름 전쟁 같았던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를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이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2010’에서 상영된다. 노동자뉴스제작단 출신의 독립영화 제작자 태준식(39·사진) 감독이 이 다큐 작업에 뛰어든 건 지난해 9월이었다. ‘52% 해고, 48% 휴직’이라는, 사실상 노조의 패배로 전쟁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뒤였다. 그동안 노동운동과 그 주변 사람들을 다룬 다큐 <필승 ver2.0 연영석>과 <샘터분식>을 통해 ‘우리’를 미시적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재료는 여기저기서 모은 테이프 250여개. 생기를 불어넣을 주인공은 신동기(33)씨로 정했다. 신씨는 정리해고 대상에 선정되지 않은 이른바 ‘산 자’였다. 그는 노조에서 한 번 일한 적도 없지만, 동료에 대한 의리로 옥쇄 파업 중인 공장에 남았다가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영화는 신씨를 중심으로 지난해 여름과 현재를 오가며 패배 과정을 천천히 응시한다. 선동적이지 도 비장하지도 않다. “울고 분노한다고 패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죠. 비극적인 결말로 달려가기보다는 해고에 관한 사회적 담론과 수사를 깨보고 싶었어요.” 태 감독은 ‘무엇이 그들을 내몰았는가’라고 논리적으로 묻는 편을 택했다. 왜 동료들이 두 패로 나뉘어 한쪽은 ‘노동자의 성’을 쌓고, 한쪽은 성에서 나오라며 쇠파이프를 휘둘렀는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행동했다는 점은 ‘산 자’나 ‘죽은 자’나, 노조나 ‘구사대’나 똑같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첫 내레이션은 핵심적인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 ‘전쟁 같은 출근을 하는 것도 축복이다.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실직자가 300만명에 이르고 나머지 탈출구로 전 재산을 털어 창업을 해도 그중 70%가 실패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래서 쌍용차 사태는 제목처럼 ‘당신과 나의 전쟁’이다. 그는 “해고는 자본가들에게 고용유연성의 방편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싸움은 패배로 끝났지만 끝까지 원칙을 지키며 77일 버텼다는 사실이 우리가 쌍용차를 기억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첫 시사회를 마친 <당신과 나의 전쟁>은 31일 밤 8시 서울 중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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