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4대강 사업] 한강 복원되면
은어·쉬리·흰목물떼새·백사장·갈대밭
은어·쉬리·흰목물떼새·백사장·갈대밭
우거진 버드나무 숲을 뚫고 강가로 나아가면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갈대와 여름에 흰꽃을 피우는 작은 여뀌풀들이 길을 막아선다. 풀밭을 헤치고 물가로 조금 더 다가서면 바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넓은 모래밭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수심이 얕은 강물이 모래 위에서 찰랑거리고 모래 틈에서 자라난 물풀 사이로 은어가 알을 낳는다. 막 알에서 깬 황복 새끼들은 자갈 틈을 헤엄치며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한다.
지금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한강의 풍경이다. 연안에서 성장한 뒤 3~4월이면 다시 강으로 올라오는 은어는 한강에 만들어진 수중보를 넘지 못한다. 수중보에 설치된 어도를 이용해 겨우 상류로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알을 낳을 모래와 자갈이 없다. 역시 연안에서 생활하다 이른 봄 강여울까지 올라와 알을 낳는 황복도 수가 감소해 서울시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흰목물떼새도 멸종위기종 2급으로 한강에서 자주 볼 수 없다. 한강에는 사람들이 모래찜질을 즐길 수 있는 백사장은커녕 강물에 발목을 담글 만한 장소도 거의 없다. 저수호안 제방(둔치 아래 제방)이 직각으로 세워져 있고 그 아래는 물이 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중보와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내면 새와 물고기와 사람들은 다시 한강으로 돌아올 수 있다. 먼저 한강이 자연 상태로 복원되면 물길이 얕고 빠른 여울과 깊고 느린 소로 다양해진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강의 유속이 증가하면 맑은 물에 사는 은어와 쉬리 같은 어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도 “강변에 모래와 자갈이 늘어나면 주로 강 하류 모래 바닥에서 사는 서울시 보호종 강주걱양태와 꺽정이, 자갈이 깔려 있는 여울에서 알을 낳는 황복이 돌아올 것”이라며 “수서곤충을 먹고 사는 흰목물떼새와 모래나 자갈에 알을 낳는 꼬마물떼새, 깝작도요새도 늘어날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서울시의 <한강 생태계 조사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서곤충의 경우, 자연 상태인 팔당댐과 잠실수중보 사이에서 52종였는데,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 구간인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사이엔 18종에 불과했다. 1을 최댓값으로 해 수치가 높을수록 종 다양성이 높음을 표시하는 종 다양도 지수도 잠실 수중보 상류는 0.83인데 잠실 수중보~신곡 수중보 사이는 0.21에 불과했다.
또 수중보를 없애 수위가 내려가면 한강가의 모래가 드러나고 쌓이면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이자 철새 도래지인 밤섬 같은 하중도도 생겨날 수 있다. 과거 한강에는 밤섬과 여의도, 난지도, 저자도, 잠실도, 부리도 등 수많은 하중도가 존재했으나, 한강종합개발 과정에서 대부분 준설되고 파괴돼 사라졌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수중보가 철거되면 수심이 낮아지고 물 흐름이 완만해지는 퇴적 지역에 작은 섬들이 생긴다”며 “시간이 지나 풀과 나무가 자라면 새들과 동물들도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