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어 있던 진실이 광장에 섰다
“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전문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서문이 자못 비장하고 숙연케 한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구하고 또 절규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화된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이 ‘한때’ ‘잠깐’이 아니라 30여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먼 옛날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빨리 그때 그 시절을 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록도 제대로 정리하지 목하고 있다. 그 타는 목마름의 기억을…”
‘민주화운동 30년 역정’‘진실, 광장에 서다’ 출간
한일회담 반대투쟁부터 반독재·통일운동까지
뒤에서 묵묵히 일했던 시절 회고 김수환 추기경이 추천사에서 “과연 민주화 운동 30년은 그의 삶 자체였다”고 한 사람, 피땀으로 점철된 한국 민주화 운동사 어디든 빠지지 않았던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지만 얼굴을 앞세우지 않은 사람, 평생을 운동 ‘백수’로 보내다 단 한 번 직장이라고 가져본 김영삼 정부 초기 대통령 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직도 보수 언론들의 터무니없는 용공 음해로 물러나야 했던 사람, 김정남(63)씨가 책을 펴냈다. 이름하여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 운동 30년의 역정’이란 부제가 붙었다.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가톨릭 잡지 <생활성서>에 ‘역정, 민주화 30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해 온 글들을 묶었는데, 거기서 일부는 빼고 구미 유학생간첩단사건과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의 당시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은 6월항쟁 이후 부분을 새로 집필해 보탰다. 그는 말한다. “조국의 현실을 끌어안고 한 번쯤 울어본 적도 없는 너희들이 과연 조국의 현실을, 공동체의 내일을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 그가 묻는 대상은 “반민주독재, 반민중 특권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다. “그들 무리 또한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그동안의 죄과에 대하여 통회 한 번 없이 민주화된 사회에 편승할 수 있었다. 용서하고 용서받은 것이 아니라 어물쩍 그렇게 된 것이다. 거꾸로 그들이 이 나라 이 공동체의 주류로 자처하면서, 오히려 민주화 운동 세력을 제척하려는 갖가지 음모까지 획책했다. 용공 음해는 그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전가의 보도였고, 지금도 그들은 틈새만 생기면 그 칼을 들이밀고 있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 독재 30년이 저지른 과오와 폐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인류 진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 보비해야 할 이 나라의 유능한 인력을 ‘민주 대 반민주’라는 소모적인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것”, “그리하여 우리 공동체를 너무 오랫동안 자기소모와 내분, 갈등으로 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벌써 멸실돼가는 ‘타는 목마름’에 대한 기억 재생이 ‘고난으로 가득 찼지만 영광스러운’ 기억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그는 조국의 현실에 한 번도 울어본 적도 없는 “너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청산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그 빌미를 제공한 민주화 운동 세력의 분열과 오류에 대한 반성도 함께 촉구한다. 특히 정치적 야심 때문에 분열함으로써 민주 세력의 정통성 확립 기대를 저버린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에 대한 비판은 준엄하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와 국민의 존경을 잃어가고 있는” 민주화 세력에게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을 때의 그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한다. 그는 앞으로 “여성운동이나 용공 조작 사건들, 양심선언 등 이번 책에서 빠졌거나 소홀히 다뤄진 부분을 보완하고, 주관에 치우친 부분도 바로 잡아서 두어 권쯤 더 쓸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일회담 반대투쟁부터 반독재·통일운동까지
뒤에서 묵묵히 일했던 시절 회고 김수환 추기경이 추천사에서 “과연 민주화 운동 30년은 그의 삶 자체였다”고 한 사람, 피땀으로 점철된 한국 민주화 운동사 어디든 빠지지 않았던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지만 얼굴을 앞세우지 않은 사람, 평생을 운동 ‘백수’로 보내다 단 한 번 직장이라고 가져본 김영삼 정부 초기 대통령 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직도 보수 언론들의 터무니없는 용공 음해로 물러나야 했던 사람, 김정남(63)씨가 책을 펴냈다. 이름하여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 운동 30년의 역정’이란 부제가 붙었다.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가톨릭 잡지 <생활성서>에 ‘역정, 민주화 30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해 온 글들을 묶었는데, 거기서 일부는 빼고 구미 유학생간첩단사건과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의 당시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은 6월항쟁 이후 부분을 새로 집필해 보탰다. 그는 말한다. “조국의 현실을 끌어안고 한 번쯤 울어본 적도 없는 너희들이 과연 조국의 현실을, 공동체의 내일을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 그가 묻는 대상은 “반민주독재, 반민중 특권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다. “그들 무리 또한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그동안의 죄과에 대하여 통회 한 번 없이 민주화된 사회에 편승할 수 있었다. 용서하고 용서받은 것이 아니라 어물쩍 그렇게 된 것이다. 거꾸로 그들이 이 나라 이 공동체의 주류로 자처하면서, 오히려 민주화 운동 세력을 제척하려는 갖가지 음모까지 획책했다. 용공 음해는 그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전가의 보도였고, 지금도 그들은 틈새만 생기면 그 칼을 들이밀고 있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 독재 30년이 저지른 과오와 폐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인류 진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 보비해야 할 이 나라의 유능한 인력을 ‘민주 대 반민주’라는 소모적인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것”, “그리하여 우리 공동체를 너무 오랫동안 자기소모와 내분, 갈등으로 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벌써 멸실돼가는 ‘타는 목마름’에 대한 기억 재생이 ‘고난으로 가득 찼지만 영광스러운’ 기억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그는 조국의 현실에 한 번도 울어본 적도 없는 “너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청산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그 빌미를 제공한 민주화 운동 세력의 분열과 오류에 대한 반성도 함께 촉구한다. 특히 정치적 야심 때문에 분열함으로써 민주 세력의 정통성 확립 기대를 저버린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에 대한 비판은 준엄하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와 국민의 존경을 잃어가고 있는” 민주화 세력에게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을 때의 그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한다. 그는 앞으로 “여성운동이나 용공 조작 사건들, 양심선언 등 이번 책에서 빠졌거나 소홀히 다뤄진 부분을 보완하고, 주관에 치우친 부분도 바로 잡아서 두어 권쯤 더 쓸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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