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경찰서는 10일 시·도지사를 포함한 전국 단체장과 공무원들에게 “여자와 여관 가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고 협박전화를 걸어 53명한테서 1억3000만원을 뜯어낸 김아무개(49·전과 10범)씨를 붙잡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광주광역시의 한 여관에 자리를 잡아 놓고 전화번호부에서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 정부기관 공사 등의 기관장과 과장급 이상 간부를 무작위로 골라 “돈을 주지 않으면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용한 대포폰 2대의 통화 내역을 조사한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1068통 등 지난해 1월부터 수천 차례에 걸쳐 전국 관공서에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화받은 공무원 가운데 ‘몰래카메라·불륜’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협박전화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 공무원들은 시청 국장, 읍장, 정부 외청 직원, 시 사업소 직원 등이 망라돼 있고, 재직 지역도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해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의 돈을 김씨가 불러주는 계좌에 순순히 입금했고, 피해자 가운데 아무도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동종의 전과가 있는 김씨는 검찰, 경찰, 교원을 뺀 전 공직자를 상대로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근 논산의 한 기관장이 전화 내용을 녹음해 신고해 줘 범인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논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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