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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도자기 열정’ 환갑넘어 빚었죠

등록 2010-03-31 17:59수정 2010-03-31 20:16

신금호(66)씨
신금호(66)씨
노동운동가에서 도예가로…신금호씨 첫 전시회




한 전각 명인은 돌을 다듬어 예술품을 만드는 마음가짐을 ‘석농’이란 호로 표현했다. 도자기를 빚는 신금호(66·사진)씨의 호는 ‘염농’(焰農)이다. 농사를 짓듯 불을 피워 그릇을 만든다는 뜻이 담겼다.

경기도 안성 작업실에 틀어박혀 불과 흙으로 농사짓듯 쉼없이 백자를 만들어온 신씨가 서울 관훈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6일까지 첫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물레로 돌리지 않고 손으로 빚어만든 각양각색 그릇들은 소박하면서도 개성이 넘친다.

조영래 변호사 등과 대학때 함께 활동
3년간 작업실에 틀어박혀 ‘불과 싸움’

신씨를 알았던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놀랄 일이다. 평생 노동 현장과 노동 행정에 투신했던 노동운동가가 어느날 갑자기 도예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동기였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학생 운동을 했던 신씨는 졸업 후 노동판에 뛰어들었다. 지하 탄광에서 광부 생활도 했고, 용접공에 철공소 철공 생활도 했다. 이후 노동조합의 교육 문제를 담당하면서 현장을 떠난 뒤에는 줄곧 노동 관련 기획통으로 일했다. 90년대 통일민주당 노동정책 수석 전문위원으로 국회에서 정책을 연구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환갑을 넘긴 뒤 취미가 아니라 생업으로 도예에 뛰어들었으니 주변에선 의아할 법도 하다.

“남들보다 빨리 자유인이 된 게 이유에요. 죽을 때까지 할 일이 뭐 없나, 먹고 살 방도가 될 건 뭔가 찾아봤는데 도자기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도예에 대한 관심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래도 60대에 변신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안성 집 주변에 예술인들이 많은 것도 영향을 줬고, 지인인 도예가 변승훈씨의 조언이 힘을 보탰다.

2007년, 새 길을 정한 뒤로 그는 말그대로 불철주야, 낮밤없이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처음엔 흙만 보이더니 그다음엔 불이 보였다. 가마가 뭔지까지 알게 되는 데 꼬박 3년 가까이 걸렸다. “시행착오가 제 스승입니다. 어려울 때는 광부 시절을 생각하면서 이겨냈어요. 1분에 1도씩 불 조절하면서 가마를 10시간씩 아이 돌보 듯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멈추고 불하고 저만 존재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노동 활동을 했던 전반기 인생이 지금 도자기로 오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그가 자기 도예의 본질로 삼는 것은 ‘국그릇’이다. “국그릇은 밥을 담으면 밥그릇, 술을 담으면 술그릇, 높게 빚으면 꽃병이고 넓게 하면 메병이 됩니다.” 모든 것을 다 담는다는 그의 국그릇엔 불로 농사를 짓는 즐거움도 가득 담긴 듯 했다. (02)733-4867.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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