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왼쪽)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려고 변호를 맡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오른쪽)과 함께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명숙 전 총리 공판 현장
재판부, 곽씨 방송 인터뷰 질타…1일 재수감
이해찬 전총리·문재인 변호사 등 친노인사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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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는 진술 거부권이 있다”, “검찰에는 피고인 신문권이 있다.” 31일 한명숙(66) 전 국무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뜻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거부한다고 밝히자 법정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 쪽은 ‘피고인은 진술하지 않거나 개별 질문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진술 거부가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은 ‘검사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관해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같은 법의 다른 조문을 근거로 맞섰다.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법 조항들이 확대돼 비춰졌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중 하나로 ‘전반적으로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을 규정한 ‘법원실무제요’를 들며 검찰이 신문을 하지 않되 변호인 신문 도중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신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재판부는 “이건 재판부의 소송 지휘권의 영역으로, 대답도 하지 않는데 (피고인에게 검찰 질문을) 들으라는 것은 무익하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1시간의 공방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재판부와 검찰·변호인 쪽은 비공개로 저녁 8시까지 재판 진행 방식을 협의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백원우 민주당 의원 등을 비롯한 150여명의 방청객이 몰렸다. 특히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재판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방청을 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9일 공판 때부터 변호인석 ‘뒷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본 강금실 변호사(전 법무부 장관)는 이날 한 전 총리 바로 옆자리에 앉아 신문을 도왔다. 오전부터 시작된 곽영욱(70)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신문이 끝나고 오후 4시가 넘어 한 전 총리에 대한 신문이 시작됐다.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한 전 총리를 신문하기 위해 일어서며 입을 떼려 하자 한 전 총리는 “재판장님, 드릴 말씀이 있다”며 “검찰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청석이 웅성거렸고 한 전 총리는 준비한 ‘검찰 신문 거부 이유서’를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한편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지난 28일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과 병상에서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구치소에 있는 것과 같은데 구치소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인터뷰를 하느냐”고 질타했다. 곽 전 사장 쪽 변호인은 “인터뷰인 줄 모르고 응했는데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도 “한 번의 실수로 다시 수감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변호인 쪽을 거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하지 않고 1일 오후 6시 그를 재수감하기로 결정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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