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제철화학 창업자 이희림 명예회장
“오늘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려는 뜻에서 평생을 모아온 문화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동양제철화학 창업자인 이회림(88) 명예회장이 평생 수집한 고미술품과 자신이 세운 미술관 등을 인천시에 기증하겠다고 10일 밝혔다.
1959년 인천시 남구 학익동 갯벌에 소다회 공장인 동양화학을 세우며 인천과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50여 년 간 국내외에서 직접 수집한 고미술품 8400여점을 모아 1992년 송암미술관을 건립했다.
송암미술관에는 우리나라 국보급 수준인 겸재 정선의 역작 ‘노송영지도’를 비롯해 중국 퉁구 지방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실물 복원한 ‘광개토대왕비’가 있다. 또 추사 김정희, 석파 이하응, 백범 김구의 친필과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장승업, 심사정 등의 서화류 4천여 점이 소장돼 있다.
이와 함께 고암 이응노, 운보 김기창의 전시실이 별도 마련돼 고암과 운보의 예술 세계를 살필 수 있고,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도자기 및 인장류 4천 여 점, 불상류 250여점, 목판류 260여점 등 모두 84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도 불리는 이 명예회장이 사업차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세계 각지에서 발견한 우리 문화유산을 사들여 미술관에는 구한말과 일제때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들이 상당수 보관돼 있다.
송암미술관은 대지면적 4400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건평 765평의 프랑스풍 건물로 건물과 땅값만 공시지가로 130억원에 달한다.
동양제철화학 손형기 홍보팀장은 “이 명예회장께서 선현들의 혼과 애환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민간재단이 소장하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재산으로 남기는 것이 옳다 판단해 인천시에 기증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장품들을 값어치로 따지면 천만학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증식은 오는 13일 오후 5시 송암미술관에서 이 명예회장과 안상수 인천시장,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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